사찰순례후기

쌍계사(2)-기도

덕산연담 2010. 8. 3. 16:30

 

 

참선이랑 간경(불경일기)는 집에서 혼자서 얼마든지 가능하고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기도는 신성한 법당에서 스님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면 왠지 품위가 떨어지는 기분이다. 참선과 간경 그리고 기도가

수행의 삼박자가 아닐까한다. 그중에서 참선은 마음의 가라앉힘, 간경은 지혜의 확장이라면 기도는 기분을 업시키는 재미의

증가 라고 할까? 

 

그래서 몇번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냥 스님 곁에 서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관세음보살' 정근을 계속하다가 별 재미를 못느끼고 포기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정근을 하면서도 '나는 왜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무의미하게 계속하나?''이러면 내 소원이 들어지는 거야?'등등의 생각들에 그냥 중간에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스님이 정근을 시작하면 얼른 그 주위를 탈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딱 걸렸다. 내 마음을 아시는지 쌍계사 나한전에서 처음 뵙는 스님이 작정을 하시고 지시를 한다. 저녁 예불이 끝나고 천수경을 봉독한다음, 스님이 '제대성중'하면 목탁에 맞추어서 '제대성중'을 외치면서 계속 절을 하라고... 제대성중이란 여기에 모신 아라한님들, 그 분들의 자비를 내려달라고 머리숙여 기도하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제대성중''제대성중'...정근이 시작이 되었다. 바로 옆에서 스님은 아직 힘있게 목청을 높여서 제대성중을 부르신다. 나도 질세라 큰 소리로 제대성중을 불렀다.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고, 방석이 없어서 마루바닦에 무릎이 아픈 것도 잊은체 부지런히 절을 하면서 제대성중을 부르고 또 불렀다.

 

스님의 숨소리가 들린다. 어떤때는 숨이 빠르기도 하고 또 늦기도 하다. 목탁소리도 자세히 들으니 크고 또 작게 치며 파도가 이는 것처럼 그렇게 흐름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목탁이 천천히 소리를 내더니 마무리를 하신다. 땀에 범벅이 된 옷이 오늘은 아주 자랑스럽다. 그리고 스님은 축원을 하신다....제대 성중에게 부탁하노니, 여기 저녁 예불에 모인 불자들을 보살피어 어려운일 없게 해주시고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지도록 하여주소서...이런 내용을 한문으로 쭈욱 읊으신다. 눈물이 난다. 그 스님의 간절한 음성이 나를 감동시킨다.

 

금강경에 나온다..아라한이란 '<나>라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 또는 <나>라는 것이 없는자'이다. 자비심이 아주 충만한 성인을 말한다. 우리들 처럼 일반인을 한 모습이 친근하면서도 무슨 도움이든 잘 들어 줄 것 같은 시골 할아버지 같다. 기도가 끝나고 절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계속 마음이 리듬을 탄다. 입으로도 계속 흥얼댄다....'제대성중''제대성중'...

 

다음날 새벽예불에서도 '관세음보살'정근을 신나게 했다. 그 다음날 새벽예불은 딱 스님과 단 둘이서 아주 멋진 화음으로 '관세음보살'정근을 했다. 스님에게 삼배를 올리니 '소원성취 하라'고 덕담을 내리신다.

 

이번 순례에서 3번의 정근을 완주하다니...큰 소득이고 보람이다. 집 근처에 좋은 절을 물색중이다. 매일 그런 기도가 하고 싶어진다. 웬지 막연하지만 무엇인가 짐을 벗는 기분이든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면 누가 날 정신나간 사람으로 볼까?...나는 지금 웃는 중이다...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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