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 앞에 섰다. 이제 속세를 벗어나서 서방정토 극락정토로 진입을 하는 첫째 관문이다. 기둥이 하나라서 일주문이라고 한다지만 화려한 치장을 한 지붕은 참으로 아름답다. 기둥에다가 지붕을 만들려고 수많은 포를 만들어서 떠 받들었다. 그리고 높은 천정위에 사쁜하게 기와를 얻져서 지붕을 완성했다. 그리고 연꽃무늬로 장식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 조건을 써 놓았다. 마치공항에서 X-Ray기계를 통과하듯 여기에 들어오는 자는 반드시 이 규칙을, 이런 약속을 하고 들어오란다.
그 친절함에, 그 지혜로움에 감탄을 한다.
입차문내막존지해入此門內莫存知解-이문을 들어서는 자는 알음알이를 지내지 말지니라.
무해공기대도성만無解空器大道盛滿-알음알이가 없는 빈 그릇엔 커다란 깨달음이 채워넘치느니라.
검색대에서 모든 소지품을 꺼내놓는 것 처럼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알음알이를 내 놓고 들어가란다. 그러면 커다란 깨달음을 얻어서 상락아정 常樂我淨-늘 즐겁고 깨끗함-의 세상을 살거란다.
여러번의 개천으로 세속을 구분하고 거기에 다리를 놓아 다른 세상으로 가는 맛을 더했다. 물이 흔하니까 일부러 그랬나? 옛날 어른들은 금천禁川이라고 해서 성스런 장소를 구분했다. 왕궁에가면 언제나 대문 다음엔 꼭 개천이 있다. 다음의 금강문에 가는데도 또 다리를 건넌다. 또 사천왕문을 지나 또 다리를 건너야 탑이 서있는 뜰에 도달한다. 건물은 가까이 있지만 그 의미로는 무진장 먼 거리이다. 어느나라의 사원을 가보아도 우리나라처럼 아름다운 건축과 배치가 없다. 그저 그 절에 머물기만 해도 번뇌는 쉰다.
초록과 어우러진 단청의 우아함이 돋보인다. 만일 단청이 없었다면 얼마나 초라할까~! 절을 잘 가꾸고 손질한 이곳에 머무는 스님들이 고맙다. 들어오는 입장료 2000원은 너무 싸다. 인도 타지마할은 2만5천원정도를 냈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건물마다 따로 오천원씩....
일주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남은 것은 빈그릇을 채우는 일이다. 커다란 깨달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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