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을 끊어야 하리라. 술로 인해서 생긴 인생의 고뇌는 무엇으로 비교를 할까?
..한 스님이 계셨다. 한가로이 마음을 쉬고 망중한을 즐기다가 너무나 심심해서 곡차를 한잔 한다는 것이 한병을 마시고 취했다. 그때...왠 닭 한마리가 날라오니, 세속에서 하던 습관대로 술김에 무심코 그 닭을 잡아 먹었다. 몇시간후에 그 닭 주인 아줌마가 물었다. 혹시 닭을 보았냐고? 시침을 떼고 못 보았다고 대답을 했다.
부엌에서 증거를 찾은 그 아줌마는 다구친다
그러자 입을 막을 요량으로 그 아줌마를 추행한다. 술에서 깬 그 스님은 통곡을 한다. 지금도 그 스님의 참회 진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참회진언 "옴 살바 못쟈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쟈 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
이번 순례를 마치면서 나는 다짐을 했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은 꼭 지켜 보겠라고. 그 계율의 범주를 '딱 한잔'으로 하고 두잔이 되면 계율을 못 지킨 것으로 간주 한다는 세심한 규칙까지 적어 놓았다. 나중에 현업에서 은퇴를 하면 그때는 '딱 한잔'도 허용을 하지 말자고 추가했다.
수행을 한 스님도 곡차에 속아서 청정한 계율 다섯개를 한번에 범했는데, 아직은 미약한 수행력인 나는 얼마나 쉽게 내 집중과 정신을 놓을까? 너무나도 끔찍함에 나는 몸서리를 친다. 제발...제발...술 만은 먹지 말게, 아니 못하게 도와 주옵소서..나무 관세음보살~!!
도착을 하자마자 컵 라면을 드시는 어떤 법우님의 멘트가 아련하다..."라면배, 밥배, 술배는 따로 있다"...그랬구나 하면 나는 수줍었다. 그렇다면 마음에도 여러개의 마음이 있으리라. "섭섭함을 담아두는 마음""부처님을 늘 담아두는 마음" 그리고 "알면서 배려하는 마음"등등 이렇게 말이다. 배도 많고 마음도 여러개면 최고로 부자인 셈이지?...하하하.
이번 순례에 머물던 우리의 절은 '보람산장'이고 단청을 아직 새집이라 못했다. 티벳에서 모셔온 부처님은 '석가모니 불'이시다. 협시 보살도 없고, 탱화도 없는 쓸쓸한 부처님...우리는 그 앞에서 놀고 있습니다. 이미 수행은 마친 것 처럼,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술기운에 부처님의 눈, 천안광명이 너무나 흐려 보입니다. 오늘 처럼 더운날...괜히 부처님을 모셨나 봅니다. 그냥 미친 우리끼리 피흘리는 칼싸움이나 할걸요~~!!
속이 상해서 다른 사람 못보게 일찍 잠에 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술을 먹고 떠듭니다. 그나마 잠을 자는 것도 눈치를 봅니다. 정말로 술은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술 먹기 전에는 모두가 착한 사람들이었거든요. 잠깨면 새벽에 청청한 마음으로 쌍계사 법당에 모신 거룩한 부처님을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