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불기 2554년이다. 사실은 부처님이 오신 것은 2636년이다. 불기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돌아가신 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까, 82세 세상과 인연을 다하셨으니 오신날은 그 만큼 전의 일이다.
루비니동산에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셔서 일곱 발짜욱을 걸으며 이렇게 외치셨다고 한다.
"하늘위, 땅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네. 온세상 모든 고통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堂安之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 모습을 작은 형상을 만들어서 '관욕'의식을 진행한다. 꽃에 둘러 쌓이고 깨끗한 물로 머리에서 부터 3번을 부어서 씻긴다. 참으로 특이한 생일찬치의 모습이다.
일찍 서둘러서 집을 나선다는 것이 늦었다. 8시는 되어서 집을 나오니 이미 모든 도로는 주차창으로 변하고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답답함이다. 무려 4시간 반이 걸려서 도착한 '운악산 현등사'는 모든 의식이 끝난 뒤였다.
서둘러서 법당 앞에 마련된 아기부처님을 관욕하고 그리고 법당에 들러서 큰 절을 올렸다. 그저 축하 하옵니다. 이렇게 오셔서 진심으로 모든 생명을 편안하게 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저 자비가 그저 자비가...온몸을 감싸고 계시나이다...
이어서 연등을 하나 써서 공양을 했다. 그리고는 줄을 서서 나누어주는 비빕밥과 떡을 받아 들고...허기진 배를 채웠다. 노곤함이 밀려온다. 내가 여기를 온 것이 대학 1학년이었으니 1976년이다. 34년전이다. 신도가 없던 망해가는 절이었는데...이렇게 분비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흡족하다. 목련나무 3그루가 늦게 꽃을 피우는 것이 늘 인상에 남아 있다.
기와불사를 한다기에 한장을 공양했다.
와이프는 지장전에 가서 기도를 한다. 나는 삼성각에 들러서 옛날 새벽에 노 스님과 둘이서 기도하던 장면을 떠올리며...탱화를 본다. 그대로이다. 그래서 빙그레 웃었다. 집은 더 커지고 넓어 졌는데...탱화를 보니 옛날로 돌아간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탱화속 호랑이님이 더 온화해지듯 하기도 했다. 나한전이 있었는데...그 집을 부수고 다른 집을 짖는가보다. 궁금하다.
잠시 자리에 앉아 마음을 녹이고...서둘러 절을 나왔다. 나에게 추억이 있는 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또 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