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이야기 듣기

덕산연담 2018. 2. 13. 10:05

 

듣는 것이다. 은근히 듣는 것이다. 시시비비가 없이 그냥 듣는 것이다. 들은 것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게 듣는 것이다. 그 음성에 반하고 그 억양에 취하고 그 분위기에 빠져서 시간을 잊는 것이다. 무려 한시간을 그렇게 듣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한 순간처럼 가벼움이 있어야 한다.  탄트라 수행은 그런 것이다.

 

무엇을 하라는 요구도 없고, 무엇을 얻으려는 욕심도 없이 그냥 말을 하고 그냥 듣는 것이 핵심이다. 목소리가 커도 좋고 작아도 좋고 잘 알아들어도 좋고 대충 알아듣고 짐작을 해도 좋다.

 

결국 한사람이 일어나서 나가던지, 한사람은 스르르 잠이 들던지 아니면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가던지...끝났다는 이야기가 없이 중간에 이야기가 끊어져도 아쉬움도 없고 더 붙여서 이야기하지도 않는 것이다. 식은 찻잔을 생각없이 들고, 김빠진 맥주을 아주 맛있게 먹으면서 삶의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이야기를 들었다. 중간에 전화도 왔었다. 전등도 켰다가 끄고 다시 켰었다. 그리고 차려온 밥상의 밥을 정확히 반반 나누어서 먹었다. 똑 같이 배가 부르다. 이렇게 이야기를 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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