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물결 흐름이 지나간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간다. 나도 그 사람들의 흐름에 끼어서 걷고 또 걷는다. 마이(馬耳)산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특이하고 이상했는데, 가서 보니 진짜루 당나귀 귀2개가 쫑끗 서있는 듯 두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다. 만일 미국이었다면 아마도 여인의 두 가슴을 들먹였을지도 모른다. 맥도날드의 심볼처럼.
그런데, 산이름과는 다르게 바위의 이름은 암바위봉, 숫바위봉 이라고 한다. 오른쪽 귀, 왼쪽 귀봉이 아니고. 우리가 흔희보는 화강암이 아니고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서 가까이서 보면 마치 시멘트를 아껴서 만든 콘크리트 조형물 같다. 군데 군데 자갈 같은 돌들이 떨어져 나갔다. 추측컨대, 바다가 솟아올라 산이 된것이 아닌가 싶다.
은수사라는 절을 지나서, 탑사로 간다. 이미 관광객에게 압도를 당한 절은 수행처라기 보다는 기도처이고, 기도처이면서 전시장이다. 참으로 희귀한 모양의 큰 바위랑 잘 어울리게 절을 지었다.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라서 좋고 또한 높은 빌딩이 아닌 단층 이어서 눈이 편하다. 우리의 절이 아름다운 것은 주변과 잘 어울리게 배치하고 지은 정성에 있다.
먼 옛날부터 우리는 크면 무조건 믿었다. 바위가 크면 거기에 빌었고, 나무가 오래되고 크면 거기에 제사를 지냈다. 거기에서 소원을 빌고 큰 변고가 없기를 소망했다. 나보다 크면 두렵고 한편 기대고 싶은 존재가 된다. 큰 바위 밑에 정성을 들여서 돌탑을 여러군데 세웠다. 돌 하나에, 그리고 탑하나에 소원을 담고 빌면서 그렇게 했으리라. 뒤에 큰 바위랑 작은 돌로 만든 탑이 균형을 이루면서 마음에 평화로움을 준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한다. 그렇게 정성들인 사람의 모든 소원이 이루어지길. 그리고 여기 그 돌탑에 기대어 빌어보는 내 작은 소원도 이루어지길. 왁자지껄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나에겐 확성기의 소리로 들린다. 너무 행복한 사람들의 합창이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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