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암이다. 땀을 흘리고 용을 써서 올라간 그 자리에 관음보살의 서원에 기대어 맑은 믿음을 이어가는 그런 수행처가 있었다. 참으로 반갑다. 열심히 산을 올라온 소득이랄까? 보상이랄까?...뭐 그런 흐뭇함이 있었다. 만일에 이 암자 대신에 그냥 큰 바위나 나무가 있었어도 나에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이런 자그마한 암자가 있고 거기에서 수행을 하시는 스님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던가~!
여럿이 아니고 혼자 여기를 왔다면, 더 머물면서 이 암자가 지닌 내력을 물어보고 하루 밤을 묵으면서 숨겨둔 이야기를 찾아내고 들을 텐데...스치듯 우리는 내려가는 길을 택해야만 한다. 한참 동안을 요사체의 마루에 앉아서 바라본다. 어려운 절 살림이 눈에 들어온다. 낧아도 버리지 못하고 모아둔 여러 물건이 한편 지저분하고 한편 검소해 보인다. 머물면서 하는 수행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살림살이는 세속과 별로 다르지 않으리라.
내 의지로 찾아온 절이 아니라는 생각에 홀연히 인연을 생각했다. 여기에 이런 절이 있는 줄도 모르던 내가 여기를 온 것을 떠 올리니 묘한 생각이 들었다. 그냥 왔다가 간다는 흔적만 마음에 남긴다는 아쉬운 여운이 남는다. 마침 스님이 요사채로 오셔서 관음기도를 접수하신다. 돈을 내고 기도를 부탁했다. 언젠가 다른 절에서 스님과 같이 기도를 하면서도 이런 방법이 옳은건가 하고 의심을 했었다. 막상 스님이 예불후에 올리는 기도는 주소와 성함을 읽는 것이어서 좀 싱거웠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장면을 떠 올리면, 흐뭇한 마음이 든다. 정겹고 인간미가 넘친다는 생각이다. 가족의 이름을 적고 스님에게 축원을 부탁드렸다. 그래서 일까? 마음이 훨씬 가벼운 느낌이 든다.
돈을 내고 기도를 접수 해서 그런지 암자가 더 이뻐 보인다. 신발을 벗고 자그마한 관세음 보살 상 앞에서 삼배를 올렸다. 순해져가는 내가 보인다. 의심하지 않고 그냥 스님이 시키는대로 하던 나이 많은 보살님의 마음씀이 보인다. 관음기도가 잘 되는 우리나라 절 5개 중에 하나라고 하시는 노 보살님의 확신에 찬 자랑이 난 기뻤다. 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기도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여기에 이렇게 있음이 이미 내 기도는 성취된 것이다. 예쁘게한 단청이 온 산에 물든 단풍과 잘 어우러진다. 사람들의 재잘거림도 계곡에 흐르는 물 소리처럼 그 들만의 삶을 노래하는 듯 하다. 모두가 편하고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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