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삼화사

덕산연담 2014. 10. 28. 10:45

 

참으로 어려운 출발이다. 엇그제만 해도 참석을 안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제 저녁이 되어서야 일이 마무리되면서 다녀와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순례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고 싶다고 언제나 그렇게 되어주지는 못하는 것이 절에 가서 자고 오는 일이다.

 

이제 절에 가도 기대가 없다. 수행자가 없고 절 주인과 나그네 만이 있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를 만나는 일은 어렵기 때문이다. 삼화사는 아름다운 두타산/청옥산의 무릉계곡에 지운 절이다. 위치 만으로도 이미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절인 셈이다.

 

절의 주인은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열심히 절을 보수하고 예쁘게 꾸미기 바쁘시다. 공양간에서 만난 6명의 젊은 스님은 모두가 날품팔이 인부로 보인다. 강건하고 힘 꽤나 쓸듯한 모습에서 원래 부처님의 모습을 찾기는 포기 했다. 물어보면 아주 위압적이고 퉁명한 대답이 나올듯 하기에.

 

우리의 프로그램도 그렇다. 더 이상 스님의 법문 시간을 넣지 않는다. 우리끼리 잡담하고 안부를 나누고 다과를 하고 등산을 하고...절에서 하루 밤을 머물면서 조석예불 참석으로 만족을 한다. 그렇게 바뀐 것이 모두 우리의 바램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가 직업에 충실함을 근본으로 삼는다. 스님은 예불을 하는 직업이고 우리는 돈을 내고 그 시설을 빌려쓰는 사람이다. 참으로 세월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절에 간 여편네 처럼 시키는 대로 잘 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효력이 없다.

 

잘 놀다 왔다. 실컨 먹고 왔다. 단풍이며 폭포며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왔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도 보았으니 참으로 좋은 순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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