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른쪽이 대웅전 법당이고 가운데는 간판은 없지만 선방(심검당, 선불당, 적묵당)이고 왼쪽이 새로지은 누각이다. 우리가 법회를 보고 순례를 한 설법전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처사들의 숙소는 선방이었다. 영산전을 허물고 새로 신축을 하는 공사가 진생중이라서 그 영산전에 모셨던 부처님과 나한님들을 선방에 임시로 모셨고, 그 덕분에 우리는 아주 가까이서 나한님과 한방을 쓰는 행운을 얻었다. 조선 중기이니까 1600년도에 조성된 것이라고 하니까 약 400여년이나 된 것이다. 그때부터, 절에 와서 공덕을 지은 모든 분들의 존경과 절을 받으신 성물이시다.
방바닥에 차례로 놓여있는 모습이 잠시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이랄까? 약간은 코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도인, 아라한이 되면 무서운 동물도 그 앞에서는 순해진다고 했던가? 호랑이, 표범, 큰 뱀과 같이 무서운 동물들이 아주 순하게 그 품에 안겨있다. 물론 이런 나한님외에도 내가 잘 모르는 무슨무슨 대왕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머리에 이고 있는 그릇에 개구리 참외를 담고 그리고 두 손으로 수박을 한 통 든 여인이 있다. 아마도 부처님 전에 올릴 공양물을 가지고 가는 모양이다. 그 치마이며 차림새가 그 당시 있음직한 여인이다.
부처님이 고행을 그만두고 허약해진 몸을 이끌고 길을 나설때, 우유쌀죽을 공양한 여인처럼 무량의 공덕을 지은 먼 옛날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 분들의 공덕으로 이나마 우리는 부처님법을 접하고 이런 훌륭한 수행공간에서 우리는 편하게 불법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 분들은 마땅히 우리의 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한님들을 가만히 보면 정말이지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조금은 삐딱한대로 조금은 어설픈대로 그런 편한 모습이다.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는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너무나 희미해진 우리의 풍습과 우리의 얼들이 한분 한분에게 새겨져있다. 그러고 보면 불교는 아주 친숙한 우리의 일상이었다.
그 시절 불교 행사에서 꼭 불렸던 회심곡에는 염라대왕의 질문 사항이 있다.
... 배고픈이 밥을주어 아사구제 하였는가
... 헐벗은이 옷을주어 구란공덕 하엿는가
... 좋은곳에 집을지어 행인공덕 하였는가
... 깊은물에 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 목마른이 물을주어 급수공덕 하였는가
... 병든사람 약을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
이 중에 하나라도 네~! 하고 자신있게 대답을 하면 지옥은 면한다고 한다. 처음으로 수박을 수확했다고, 처음으로 향기로운 참외가 나왔다고 그 먼 산길을 들고온 그 신심과 정성에 무엇인들 감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룻밤을 같이 묵으면서 참으로 기이하고도 특별한 경험을 하는 구나하며...밤을 지샌다.
밤새도록 코고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에 나한님들은 즐거웠을까? 아니면 괴로웠을까? ...그 님들은 그런 세상을 초월한분이시라...아마도 기뻤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