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화안-和顔

덕산연담 2009. 7. 10. 11:18

 

 

 

이번 여름을 잘 보내려고 부채를 하나 샀다. 고민을 하다가 그냥 백지로 된 부채를 사서 거기에다가 내가 글을 쓰고 꾸미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미치자 수소문을 하여 아주 고급스런 부채를 하나 구했다. 인사동에서...5천원을 달라는 것을 4천원에...ㅋㅋ

 

막상 사가지고 와서는 망설여진다. 그냥 흰색의 깨끗함도 괜찮은 것 같고 또 무엇을 넣어야 좋을지도 얼른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며칠을 두고 보고 궁리를 하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가 가장 감동을 하는 문구를 찾아 적어 보기로 했다.

 

역시 금강경의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 있었다. 둥그런 원의 모양에다가 그 글을 적어 놓기로 하고 부채크기에 원을 만들고...

 

제 1 귀 : ...진정한 '조화로운 나라'는 조화로운 진리의 나라'라고 할 수가 없다고 내가 가르치지 않았느냐. 그래서 나는 '조화로운 진리의 나라'라고 말 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디사트바는 어디에도 머무는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한다.(초록색 큰부분)

 

제 2 귀 : ...내가 끝까지 잘 참고 견뎌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끝까지 잘 참고 견뎌낸다고 할 수도 없다.왜냐하면 일찌기 카링카왕이 내 몸과 팔다리에서 살을 도려낼때에도 나에게는 '나'라는 생각도 '남들과 나누어진 나'라는 생각도 '살아있는 영혼을 가진 나'라는 생각도 '목숨가진 나'라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에게 '나'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분노의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파란색)

 

제 3 귀 : ...행복을 위해 베풀지 않으면 안된다.(초록색 -작은부분)

 

제 4 귀 : ...타사가타에게는 내가 자유롭게한 누구라는게 없기 때문이다. 모습에 의해 나를 보고 목소리에 의해 나를 따르는 자들은 헛되이 애쓰고 있는 것이며 그들은 나를 보지 못하리라.(빨간색)

 

이렇게 4귀를 써 넣었다. 생각보다 모양이 괜찮고 내가 좋아하는 글귀를 늘 볼 수있어서 좋았다. 오늘은 거기에다 색깔을 입혔다. 좀 더 강조가 되는 느낌이고 색깔이 들어가지 예술적이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화안-和顔 이라고 한문으로 써 넣었다. '얼굴에 근육에 힘이 들어 가지 않은 상태'를 나는 화안이라 부른다. 얼굴의 근육끼리 서로 조화롭게 그래서 편안하게 있는 모습이라고 할까? 

 

이렇게 수행을 하는 궁극은 나의 얼굴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나의 또다른 장남감을 만들었다. 재미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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