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봉원사

덕산연담 2009. 5. 18. 18:13

 

선운사에서 1박을 머물고 다녀온 뒤에 나는 태고종이라는 다른 종단의 불교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줄곧 조계종 소속 사찰만을 다니고 거기 소속된 스님들만 만나게 되니까 다른 종단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늘 들었던 이야기는 일본 불교의 잔재로 남은 결혼한 대처승으로 구성된 종단이라는 것과 조계종과 재산등의 문제로 불편한 관계를 아직도 지닌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이었다.

 

그러나 선운사에서 받은 인상은 열심히 수행하시는 부처님의 제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훌륭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의무적으로 결혼을 한 것 같지는 않고, 비록 결혼을 하였더라도 스님의 자세를 흐트려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더 다정 다감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 우연히 범패가 알고 싶고 궁금했다. 그래서 CD를 사서 들어보니 참으로 특이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봉원사'라는 절에서 범패를 주도적으로 발전계승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초파일에 거기를 찾았다.

 

연세대에서 금화터널가는 고가 밑에서 비탈길을 쭈욱 올라가면 닿는 곳이 봉원사이다. 살림이 넉넉해 보이지가 않는다. 나이 드신 보살님을 따라서 올라가니 그분이 가게에 들려서 초를 사신다. 나도 따라서 초를 사고 공양미를 샀다. 실도 팔기는 하느데 두가지만 샀다.

  

올라가니 괘불을 앞마당에 걸어 놓고 탁자위에 과일 바구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고 신도들이 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조계종 소속 절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초와 공양미를 올리고 3배를 올리고 나왔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대세지보살, 그리고 관음보살을 협시로 모신 것이 다르지 않았다.

  

조금 더 나이든 보살님이 많은 느낌이고 수행보다는 복을 빌러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당으로 와서 괘불 앞에 앉았다. 비가 온다. 괘불은 앞과 뒤를 비닐에 싸서 방수가 되도록 해 놓았다. 옛날 사진에서 본 듯한 불교의식에 내가 참여한 느낌이다. 북과 징과 목탁이 어울러져서 '천수경'을 여러스님이 독경을 한다. 합창하는 노래처럼 경쾌하게 들린다. 북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다.

 

삼천불전이 조성되어 엄청많은 불상이 환희심이 나도록 한다. 윤장대도 내부에 만들어 돌리면서 죄업의 소멸을 빌도록 했다. 삼배를 올리고 잠시 좌선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점심 공양을 한다기에 식당에 가서 산나물 듬뿍담은 비빕밥을 한 그릇 뚝딱했다. 공양주 보살님들이 친절하니 나도 마음이 가볍다.

 

다시 경내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포스터가 눈에 띈다. 오는 6월6일 '바라춤'을 춘단다. 다시 와야지...

 

누군가 과일과 떡 바구니을 들고 다니는 것이 먹지는 않고...그리고 누구 스님집으로 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참으로 궁금했다. 과일과 떡 바구니를 파는데가 없는데 어디서 구했는지...그리고 스님집으로 오라 방송을 하다니???

 

 

대강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그 의문이 풀렸다. 절 주변의 작은 집들에 문패가 걸렸는데 이름과 법명이 나란히 적혀있다. 그래서 어떤 보살님께 여쭈어 보니 자기가 기봉스님의 어머니라고 하시면서 설명을 해주신다. 살림집에서 식사도 대접하고 신도들을 스님별로 관리를 하신단다. 그 과일과 떡도 각자 소속된 스님집에서 받아온 것이란다.

 

이해가 된다. 결혼을 하고 가족을 구성하고 직업이 승려이다. 어떤 집에는 대문에 3명의 스님 문패가 걸린집도 있다. 들어오라는 그 보살님의 권유를 어렵게 거절하고 집으로 왔다. 일본에 갔을때 그 절에도 사모님이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석가모니께서는 결혼 생활을 접고 수행자가 되었는데...어떤 이유로 스님이 된다음 결론을 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절에서 청정한 기운을 느끼는 것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서리발처럼 매서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도를 이룬 다음에는 시장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던가?...아마도 여기 이 스님들은 모두가 도인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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