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회향을 할 시간이다. 모든 것을 돌려주는 시간이 온 것이다. 아이들이 장남감을 가지고 놀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있던 자리에다 정리하는 것 처럼 우리는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왜? 나는 순례를 떠났으며 순례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평화스런 삶을 원했고 자비스런 행위가 그러한 삶을 만들어 준다는 막연한 기대로 거기에 갔었다. 이름하여 화엄도량..해인사~!
그러나 거기에는 그런 세상은 없었다. 자비스런 사람은 모두가 숨을 쉬지 않는 겉 모습만을 남겨놓고 그 앞에 촛불과 향이 타고 있었다. 그렇다. 사람은 자비롭지가 못하다. 숨을 거두면 자비스럽게 보일 뿐이다. 따라서 평화스런 삶은 존재 하지가 않는다. 다만 꿈을 꿀 뿐이다.
자비를 외치며, 머리를 땅에 대고 주문을 외운다. 땅에서 머리가 떨어지는 순간 이미 자비는 사라진다. 눈을 부라린다. 내개 없는 자비를, 더 많은 자비를 빼앗아 확보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늘 부족하다.
애초에 없는 것을 찾아나선 내가 바보다. 원래 없었다는 것을 안 것이 이번 순례의 수확이다.
모든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무엇을 찾아 헤매는지, 내가 지금 무엇에 매여서 사는지를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모든 것이 옳다. 단지 하나...억매지지만 말면 아주 훌륭하게 '평화로운 삶'을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다. 자비가 있던, 없던간에...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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