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해인사 순례(14)-속세

덕산연담 2009. 4. 7. 22:07

 

 

<역시 일주문 후면도 현판을 걸었다. 다시금 여기가 '바다 동쪽에서는 가장 좋은 수행 도량'이라고 길 떠나는 내게 말해준다. >

 

 

 

일주문을 나오다가 돌아서서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나는다시 속세로 돌아왔다. 화엄경을 중심으로 화엄의 세상-크게 고요하고 크게 밝은세상-에서 하루밤을 머물다가 이제 다시 내가 사는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강해야 한다. 누가 무어라 해도 내가 쉽게 약해지면 안된다. 내가 중심이 되고 내가 베풀고 내가 해결하고 내가 나서야 한다. 어설프게 굴다가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절에서 처럼 넋을 놓고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다가는 내몫을  챙기지 못하고 패배자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나오자 마자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파전'으로 기운을 독구고 '두부'로 단백질을 보충했다. 그리고 꼭 승리자가 되자구 잔을 들고 축배를 했다. 우리 모임인 불여사가 언제나 승리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한 팀이 되자구 웃으며 합창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악수를 하고 잘 조심해서 집에 가라고 그리고 다음에 다시 보자구 인사를 하고 또 했다. 막걸리 몇잔에 얼굴이 홍당무가 된 법우도 있었구 연신 사이다만 마신 법우도 있었다. 처음 본 법우도 하룻만에 친한 얼굴이 되었다. 어떤 법우는 헤어지기가 싫었다. 시간이 나면 며칠 더 함께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짐은 그런 것이다. 아쉬워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반갑게 만날 수가 있으니까...

 

화창한 봄날이다. 달리는 차 창에서 보이는 산천이 꽃 잔치 준비를 하는 듯 아직은 겨울 모습이다.  조만간 울긋불긋 꽃으로 물들이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겠지?

 

뻥뚤린 고속도로는 신나게 우리 차가 달리도록 허락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커피가 그간의 여독을 녹여준다. 씁쓸하면서도 뭔가 뒷맛이 깨운한....서울에 들어오니 내 마음이 놓인다. 물 떠난 고기가 물을 찾아 온 기분이다. 그래..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다. 가끔 이 곳이 힘들고 싫어지면 내가 갈 수있는 곳...그 곳이 절이다.

 

여기는 속세다. 절에서 느낀 마음과 감정을 마음 놓고 써 먹는 그런 곳이다. 내 마음을 내려 놓고 내 멋대로 살아보는 그런 세상이다. 법우님아~! 무엇이 두려운가 그대는 이미 깨달음 세상을 살다가 온 위대한 사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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