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법문시간이 있다. 기대가 되고 궁금하다...누가 오셔서 무슨 말씀을 해 줄것인가?
<일주문 밖에 줄줄이 서있는 공덕비석, 칭송비석 그리고 추모비석이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무언의 법문을 하는 듯하다>
불교에서는 별도의 법문이 없었다. 물론 주제도 없었다. 제자중에 누군가가 물으면 석가모니께서는 답을 해주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문답식이다. 물으면 답하고 다시 묻고 그리고 대답을 듣고서 다시 설명하고....
금강경의 묘미는 내가 궁금한 것을 대신 물어주는 '수부티'가 있는 것이요 그 질문에 핵심을 스승이 답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의문이 남으면 다시 스승은 질문을 하고 수부티의 답을 들은 다음 다시 재확인에 정리를 한다. 자주 세세하고 꼼꼼하다. 오죽 친절하였으면 스승님 앞에서 눈물을 흘릴까~!
내가 누군가 스승을 만나서 그 법문 중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가? 아니면 내가 경을 읽다가 감격해서 그 환희심에 눈물을 흘린적이 있는가?...없다.
대부분 졸거나 지루해서 얼른 끝나기를 바랬고, 경은 조금 읽다가 내용을 몰라 덮었다. 감격은 커녕...이 것이 내 지금의 살림살이 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아직 자비스런 스승을 만나지 못 했구....불경이 얼마나 자비스러운 말씀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비스런 스승을 만나면 그를 배우고 싶고 그를 따르고 싶어서 안달이 날 터인데 말이다. 자비스런 스승이란 어떻게 하라 또는 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다. 단지 옳다 그르다만 이야기하신다. 금강경에 보면... 잠깐 일부분을 보자.
....
스승이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나에게 내가 깨달은 자라는 표시가 있느냐?"
수부티는 대답했다.
"없습니다.
아무런 표시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곧 깨달은 자의 표시라고
스승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스승이 말했다.
"어떤 표시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거짓이며,
아무런 표시도 갖지 않고 있을 때 그것은 거짓이 아니다.
따라서 깨달은 자는, 아무런 표시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표시여야 한다."
...
우리의 법문요청을 허락해주신 율원장 스님이 오셨다. 과연 무슨 법문으로 우리를 울릴까? 두 눈과 귀에 힘을 주고 있었다.
어제밤 잠을 설친 탓인가? 깜빡했나 했는데 모두들 박수를 친다. 벌써 끝이 났다. 정성들여서 3배를 올리고...처음에는 겸손의 말씀을 했는데...법문을 듣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라서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그 다음에는 두 눈으로 잘 보라했는지 아니면 눈을 잘 써야 한다고 했는지...아무튼 안이비설신의(눈,귀,코,입,몸 그리고 의지)를 어떻게 하라고 했는데...그 놈의 원수 잠이...
누가 그날 법문을 듣고 기억나는 말씀을 알려주시면 좋을텐데...특히 그분이 얼마나 자비스런 스님인가를 알고 싶은데...내 옆과 앞에 앉은 법우는 빼고....그 들의 코고는 소리에 못 들었으니까....하하하
나도 박수를 일단 쳤다. 법문하신 스님이 큰 박수소리를 좋아 하실 것 같애서..그리고 내가 깜빡 졸은 사건에 대하여 스님께 미안함을 전하고파서...
5년간 묵언 정진으로 말 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스님이 법문을 한적이 있었다. 어찌나 답답하던지...그러나 얼마나 숙연하던지...그때는 안졸았는데...이제는 나이탓인가 체력이 문제지?..스님의 법문과는 무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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