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일요일 아침이다. 모두가 일요일이라고 늦잠을 즐긴다. 나 혼자 일찍 일어나 궁상을 핀다. 늘 하던 습관대로 배가 고파온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는 배낭을 챙겼다. 간단한 물과 옷가지들... 나가다가 도너츠를 서너개사서 점심을 준비했다.
구기동->향로봉->비봉->사모바위->비봉능선->대남문->문수사->구기동 으로 코스를 정했다. 그래야지 문수사를 가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앴다. 마지막에 절을 넣는 것이 순례의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날은 화창하고 이제 초여름의 더위까지도 느껴진다. 아침에 참선을 하면서 느껴본 '집중'을 흐트리지 않고 일념으로 걸어보는 거다. 자비로운 마음과 집중된 마음, 이 두가지가 금강경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의 핵심이 아니던가~ '나'라는 '남들과 나누어진 나' 라는 '살아있는 영혼을 가진 나'라는 '목숨가진 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은 깊게 깊게 집중을 하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다.
한 걸음에만 관심을 가지고 간다. 늘 한결같은 속도로 한 걸음 앞으로 앞으로 가는 것 그 뿐이다. 누가 산에 왔는지 산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는 접어두고 허리펴고 멀리 앞을 보고는 간다. 한시간 정도를 걷고는 잠시 쉬어서 경치를 본다. 그대로가 절경이다. 다시 걷고 다시 한시간을 가다가 잠시 쉰다. 그렇게 서너 시간을 가니 대남문이 나오고...드디어 문수사가 나왔다.
누군가 돌에 새겨 놓은 '나무아미타불'이라는 글씨가 인상적이다. 초파일 다음날 답게 연등이 마당을 수놓고 있었다. 햇빛에 그림자가 또 다른 무늬를 연출한다. 깔끔한 정리 정돈이 마음에 든다.
여기서 기도를 하여서 '박문수' 어사를 낳았고 '이승만'대통령을 낳았다는 안내판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다. 두 사람 모두 그토록 불교를 핍박하고 폄훼하고 스님들을 못 살게군 사람인데...인연이 묘함을 새삼 느낀다. 절이야 무슨 잘못이 있을까만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이 야속스럽다.
동굴 법당을 아담하게 잘 조성을 하였다. 천연 동굴이 거기에 있었단다. 그런데 전두환 일해거사의 휘호가 현판이다. 그 분은 여기와 무슨 인연이 있었나? 많은 정치인들과 연관이 깊은 절인가 보다.
대웅전에 들어가서 삼배를 올리고 마당에 잠시 앉아서 햇볕을 쏘였다. 이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닌다. 절이니까 정숙하고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고맙다.
바라다 보이는 예쁜 봉우리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피나보다. 불그레한 연분홍 꽃이 바위틈에 얼굴을 묻고 있다. 해는 서쪽으로 점점 기운다. 합장하고 머리를 숙여 작별을 고했다. 여기서도 곧 마음을 깨친 부처님이 출현하리라. 처음 들어올때 본 '나무아미타불'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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