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승가사 순례-눈님이 오셨다

덕산연담 2009. 1. 25. 11:12

 

새벽에 일어나니 밖이 환하다. 왠일이니? 펑펑내리는 눈이 가로등 불빛을 반사해서 가로등 주변의 하늘이 대낯 같다. 비는 꼭 소리를 내니까 비님이 오는 소리를 듣는데 눈님은 조용히 오신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은 세상을 바꾼다. 눈이 오면 보통은 포근한 것이 정상인데 일기예보는 추운 날씨를 예고 했다. 이런 경우 꼭 오기로 약속된 눈이기에 이렇게 오는 것이리라.

 

날이 새기를 기다려 그 눈님을 밟으러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에는 눈이 나를 기다리는것처럼 이쁘게도 쌓였다. 엄청 추운날씨 덕에 하나도 녹지 않은 눈은 올때처럼 그렇게 건강하게 있었다. 밟으면 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가 하는대로 흩어지고 모아지고 그러면서 내 자국을 인쇄해 나갔다.  내 기억 속의 일들이 어딘가에 메모리 되는 것 처럼 눈은 나를 그렇게 기억해 놓는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는데, 문득 북한산의 눈 입은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추운 날에 산 꼭대기서 부는 찬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다시 집으로 와서 아침을 챙겨서 먹고는 배낭을 멨다. 사과 2개랑 물만을 싸고, 아이젠과 장갑 그리고 두툼하게 옷을 입고 귀마게있는 모자를 쓰고 나섰다.

 

 

요즘은 산에 가는 것을 회피했다. 건강에 좋다는 말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산에 오니까 산이 몸살을 하는 것 같앴다. 산에 오르면서 너무 말들도 많고 술에다 고기에다 너무나 많이 먹는다. 그리고 너무나 빨리 오른다. 마치 경쟁을 하듯, 자기의 체력을 자랑하듯 너무나 뻔한 욕심이 보여서 나는 그간 자재를 했다. 추운날에 산에 오는 사람은 어떨까?

 

역시 매서운 추우는 많은 사람들을 방에 묶어 두는 역활을 했나보다. 사람이 뜸하다. 그리고 모두가 조용하다. 그늘진 곳엔 하얀 눈이 양지 녁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반겼다. 너무나 추우니 장갑을 벗으면 손이 시리고, 모자를 벗으면 귀가 따가웠다. 정상에서 맞는 칼바람은 내 코를 청소해 주었다. 시원하다 못해서 정신을 잃게한다.

 

 

구기동에서 출발해서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그리고 승가사를 거쳐서 다시 구기동으로 내려왔다. 5시간 정도를 걷고나니 후련했다. 눈이 나를 산으로 불렀고 나는 그 부름에 응해서 또 다른 느낌을 내 기억에 저장을 한다. 언제가 눈이 다시 오는 날엔 난 무엇을 할까?

 

....화로 위로 떨어지는 눈 처럼, 내 생각과 모양은 부질없이 스러지는 것이라고, 옛날에 도인은 읊었다. 맞는 말일까? 내가 지금 평화롭지 못하다면 그말이 맞고, 평화롭다면 그 말이 맞든 틀리든 무슨 관심거리더냐~!!

 

오늘도 나는 눈을 맞으며 나는 웃는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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