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이 왔다. 어제 금요일에도 저녁을 먹자는 친구의 전화를 무참히 거절하고 공들여서 준비한 순례날이 온 것이다. 숨죽인다는 말이 이런 기분일 거다. 설레이는 마음일때 조심을 해야한다. 사건이 생기면 못간다. 누구랑 말 다툼도 신경이 쓰인다. 조용히 떠날때 까지는 내가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
차반이라는 것이 있다. 어디를 갈때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것이라고 늘 울 부모님은 말씀을 하셨다. 맛있는 무엇인가를 싸가지고 가서 나누어 먹는 것이 사람 사는 멋이라고 하신 기억이 있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 공들여서 '쿠키'를 샀다. 영어로 쓰인 미국산인데 입안에 넣기 좋은 크기로 만든 '초코렛+비스켓' 그림이 고급스러웠고, 여러개를 넣은 봉지가 43개라는 말에 나누어 먹기 좋겠다 싶어서 고른 것이다.
늘 떠나기 5분전을 조심해야한다. 갑자기 전화가 온단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곧 취소가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비우니까 어떤 핑게라도 생기면 와이프가 못가게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일찍 집을 나섰다. 그 여유로움에, 이제는 순례를 간다는 기분에 발걸음이 가볍다.
절에 간다. 수행을 하러간다. 새벽에 일어나서 '금강경'을 읽고, 참선을 하고 그리고 산책을 하였다. 샤워도 공들여하고 옷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배낭을 메고, 그리고 그 쿠키박스를 들고 아파트 화단을 지나 큰 길로 나오니 설레이는 마음은 어디로 가고 마음이 무겁다.
'버리고 떠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오지 말고 이대로 그냥 산천을 떠돌다 세상을 하직하면 좋을 것 같다는 내 소망이 고개를 든다. 그러니까 허전해 진다. 내가 버려지는 기분이다. 외로움이 밀려온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길을 나서는가?
...친구를 찾아서?
...해인사가 그리워서?
...할 일이 없으니 그냥?
아니다. 그런게 아닌다. 평화로움 삶을 사는 방법을 찾으려고, 그렇게 인생을 살으셨던 스승, 고오타마 싯달타의 아름다운 삶을 체험을 해 보고자...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우리의 옛 조상 때 부터 여태까지 그런 행복한 삶을 찾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있는...그리고 내 친구들의 눈물이 배인 해인사를 가는 거다.
편안하게 집에서 티비보면 더 행복하고 더 평화스러울까? 아니다. 정말 아니다. 그렇게 수없이 해 보았지만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는가~!
왜? 자비스러운 마음이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되는지...이번에 꼭 알아냈으면 좋겠다.
....
지하철 2호선 8번 출구에서 법우님들을 만났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모두들 얼굴이 밝다. 집을 떠나는 것이 좋은가 보다.
지난번에는 못 보았는데...커다란 귀 2개로 만든 조각품이 거기에 있었다. 잘 듣는 것이 '평화롭게 사는 삶'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듯이....
이렇게 나의 해인사 순례는 시작 되었다.
'사찰순례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인사 순례(4)--법우 (0) | 2009.03.30 |
---|---|
해인사 순례(3)- 절집 (0) | 2009.03.30 |
해인사 순례(1)-준비 (0) | 2009.03.26 |
승가사 순례-눈님이 오셨다 (0) | 2009.01.25 |
낙산사 순례(3)-원통보전 (0) | 2009.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