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순례를 하는 이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우를 만나는 일이다. 나 홀로 순례를 한다면 얼마나 궁상 맞을까? 싯달다 석가족의 깨달은 성자-중국사람이 번역하길 '석가모니불'-께서도 깨닫고 나서 가장 걱정한 부분은 '누가 나의 깨달음을 인정해줄까?'
.....마왕이 너의 깨달음을 증명하라 할때 살며시 땅을 가르키니 땅속의 신 (지신-地神)이 나타나서 합장 공경하니 마왕이 물러났다 한다. 이름하여 '항마촉지인'-손가락으로 땅을 가르켜서 마왕을 제압하는 모습이 우리가 대웅전에 모셔놓고 예불을 하는 금빛 석가모니 부처님 상이 바로 그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나의 깨달음을 전할까?' 이었다.
....바로 동지를 찾는 일이다. 그러기에 고행법을 함께 수행했던 법우를 찾아간다. 고행이 힘들어서 도망친 비겁자로 낙인 찍힌 '싯달타'가 깨달음을 성취하고 온다는 말에 그 친구들은 코웃음 친다. 그러나 그들이 최초의 제자가 되고 든든한 협력자가 되어 위대한 가르침을 전하지 않았던가~!!
법우, 도반...참으로 정겨운 말이다. 우리는 여럿이 함께 하니까 힘이 나고 즐겁다. 그래서 우리는 순례를 시작하자 마자 법우를 소개한다.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막강 서경지역 법우님들....누군가를 부른다...그러나 안오신다...>보선님 사진
각 조별로 나와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는 늘 소개가 끝나면 느낀다. 조금 더 자세히, 조금 더 이쁘게, 조금 더 성의 있게 할 것을...대충 정신없이 한 말이 아쉽다. 앞에 나와서 나를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빛을 조용히 바라보라. 얼마나 내 말을 열심히 들으려는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한 밤중에 전국에서 몰려온 우리 도반들...어디서 왔는지...닉은 무엇인지...소감은 무엇인지...너무나 진지하고 열열한 박수 소리가 축제를 하는 듯하다.
어떤 분은 말이 흥분에 떨리고, 어떤 분은 얼굴이 빨개지고, 어떤 분은 말은 헛한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이쁘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처음인데 잘 돌봐달라.
....여러번 왔는데 올때마다 좋았다.
....새벽예불이 너무나 좋다. 꼭 참석하길 바란다.
....다미(多美) 라는 법명을 가진 초등 4학년 이쁜아이는 웃음으로 인사를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고 법우가 되었다. 뒤에는 금빛 부처님이 우리를 보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수행은 밤이 깊을수록 진지해져 갔다.
<광주전라제주 지역 법우님들....얼릉 오라구~ 부른다~!>보선님사진
여기서 하나 재밋는 장면은 진행자이신 달마법우님과 처음 소개를 시작한 법우님과의 대화장면이다.
달마 : ....후후...마이크가 나오나?...다시 후후....(나오는 걸 확인한 다음, 신중한 자세로 자신을 소개하는 법우에게 건낸다)
법우 : 이런거 처음인데..그냥 할람니다.
달마 : ~~!!
....
선방에서 스님들은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하시는줄 아세요?
'본사는해인사이고 <혜>자 <암>자 스님의 상자이며 승랍 3년차 입니다'
....
재미없고 심심하고 간단하다. 우리처럼 박수도 없고 얼굴에 웃음도 없다. 그런 것이 수행이라고 한다. 굳은 얼굴로 허리 곧게 세우고...참으로 알수 없는게 수행이다. 왜 수행하냐고 물어보면? 깨달음을 얻고자...그럼 깨달음은?
이미 스스로가 부처임을 아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한다. 조금 더 쉽게 금강경에 깨달은 경지를 스승님이 수부티에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다.
....
보디사트바(보살)는 이렇게 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베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각각의 살아있는 것들이란 생각은 단지 생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이 각각의 살아있는 것들은 실제로는 하나하나 나뉘어져 있는 게 아니다.
....
자비심이 없다면 아무리 스스로가 깨달은 사람이라 해도 믿을 수가 없다. 모두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우리가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자비심이 넘치는 우리가 말이다....안그런가? 법우님아~!!
'사찰순례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인시 순례(6)-집중 (0) | 2009.04.01 |
---|---|
해인사 순례(5)-골든벨 (0) | 2009.03.31 |
해인사 순례(3)- 절집 (0) | 2009.03.30 |
해인사 순례(2)-집떠나기 (0) | 2009.03.30 |
해인사 순례(1)-준비 (0) | 2009.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