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은 그리움이다. 누군가를 기억할때 가장 좋은 방법은 탑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그 사람의 체취가 있는 모든 것을 묻어 두는 것이 아마도 가장 완벽하리라.
부처님 당시에는 불상을 만들지 않았고 대신에 탑을 조성했다고 들었다. 나중에 우리가 필요해서 불상을 그렇게 만들고 예술로 승화시켜 종교 이상의 아름다움을 후세에 전한 것이다.
탑에다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고 마치 부처님을 보듯 경배하고 그 거룩함과 청정함에 고개를 떨구었다. 탑은 신성함 그 자체이다.
탑은 수행의 방법을 표현하기도 하고 불국토의 세상을 함축하여 말하기도 한다. 각 층마다 표현하는 부처님의 의미가 다르고 발원내용이 다르기도 하다.
인도 순례중에 '녹야원'자리에서 사슴을 만났고, 거기에 '수투파'라는 벽돌로 만든 대탑을 보면서 가슴에 무엇가 뭉클하고 올라오는 기운에 감격을 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은 이렇게 흘러서 부처님이 계시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을 느끼고 그 가르침에 귀의를 하면서 아직도 그 체취를 느낄수 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 탑 밑에서 그렇게 하루를 꼬박 보내고..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찾아가 그 감동을 이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탑은 그랬다. 말은 없었지만 시간이라는 흘러가는 놈을 잡아주는데는 최고였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있는 모습이 탑의 의젓함이리라.
탑을 보려면 구멍으로 보는 게 최고로 예쁘다. 구멍에 맞추어서 그 크기를 늘리고 줄인다. 비로암 마당에 세워진 탑을 석등구멍을 통해 바라보니 이렇게 생겼드라. 석등에 등잔을 놓고 불을 켜면 따뜻한 불빛이 이렇게 탑을 비추리라 상상을 하면서....
첫날은 탑에 상서로운 기운이 없었다. 약간은 골이 난듯했다. 그동안 사람들의 기도가 시원찮았나보다. 그리고 우리가 가서 열심히 수행 정진을 하니 기운을 차렸다. 기분이 좋아 지셨나보다. 다시 서기가 느껴진다. 하얀 눈이 탑의 높이를 더 높였구나. 어제 보이던 이끼도 안보이고 어제 보이던 땟물자국도 안보이고...
탑 주위를 한 바퀴를 돌면서 여기를 다녀갔을 여러 수행자를 그려본다. 그들도 왔다가 나처럼 갔을 것이다. 모두들 잘 들 계시겠지? .....
우리도 왔다가 간다. 모든 것이 지나가듯이 어려운 것도 지나가고 행복한 것도 지나가고..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나도 지나가고 너도 지나가고...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지나가는 줄 안다면 무엇을 붙들려고 애를 쓸까나...
지나가는 것들을 그냥 바라본다. 그리고 내버려둔다. 지나가고 싶은 것들의 소원은 아무런 구속없이 편안하게 지나가는 것일 테니까....하하하
오늘도 탑은 그대로 서있다. 어제처럼..., 내일도 거기 서 있으리라 오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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