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알거나 생각할 수 있거나 또는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감동을 주지는 못하리라. 아름다운 모습을 갑짜기 만나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할까?...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더 크게 뜨거나 아니면 눈물을 흘리는가?
비로암에서 이틀밤을 자고 두 번의 아침을 맞이하였는데 그 하루, 그 다음 하루가 이렇게 다르게 바뀌다니 꿈에도 생각을 못한 일이다. 더구나 대구에서 눈을 흡뻑 맞는다는 것은 참으로 상상이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사진이 증명을 하지 않던가!
불국 정토라는 말이 이런 풍광을 이야기 하나보다. 나지막한 건물에 잔잔한 나무가 너무나 어울린다. 뒤에 솟은 대나무는 흰 눈을 덮으니까 무슨 나물넣어 만든 백설기가 된 듯하다. 선당禪堂이라는 간판도 제대로다. 어디하나 삐뚤지 않고 땅에 알맞게, 하늘공간과 잘 어울리게 편안하게 잘도 지었다. 계단도 높지 않게 돌도 편하게 시멘트 없이 생긴대로 잘 놓았다.
그 안에서 수행하는 수행자는 누구일까? 수염이 길까? 머리는 삭발을 했을까? 옷은 남루할까? 밥은 드셨을까?....불현듯 경허스님이 떠오른다. 이곳 동화사의 대 강사이셨다지?..그리고는 전염병에 모두가 죽어가는 마을에서, 자기의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기 모습을 보고 그 동안 자신있게 강의하던 경전을 모두 버리고 독한 마음으로 독방에 가두고 송곳을 턱에 놓고 수행을 하였다는 대 선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스님의 오도송은 이랬다.
홀연히 콧구멍 없다는 말을듣고
비로소 삼천대천 세계가 내집임을 깨달았네
유월 연암산 아래길에서
나 일없이 태평가를 부르노라
忽聞人語無鼻孔 頓覺三天示我家 六月淵岩山下路 野人無事太平歌
그런 큰 스님이 달처럼 밝은 얼굴을 하고 허허 웃으면서 금방 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다. 한폭의 그림같다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이다.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나는 그런 자리에서 서성이며 생각에 잠긴다. 수행을 해야하는데 해야하는데..하면서 아직도 남의 소를 세고 있다.
엄청 소란스럽다. 하얀 눈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다. 이제는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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