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선암사(6)-장송

덕산연담 2008. 11. 21. 12:05

 

집을 먼저 짖고 소나무를 심었을까? 아니면 소나무 옆에다가 집을 지었을까? 집도 나무도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게 집을 지으면서 같이 나무도 심었는가

 

나무에 기대어 누군가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정성을 느껴본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심은 나무가 이렇게 멋지게 자린 것은 분명 착한 사람들의 보살핌과 배려가 있었을 것이다. 물 주고 다듬어 주고 어느 정도 클때까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가면서 가꾸었으리라...아마도 나중에 거기에 살거나 다니러온 사람들을 위하여.

 

곧곧하게 잘 자랐다. 새벽에 사진을 찍었더니 햇살이 머금어서일까 더욱 위풍당당하다. 이 소나무는 알고 있을거다. 승복을 입고 몸둥이 들고 입으로 험한 말을 하면서 수행처를 더럽힌 못된 놈들을....그래도 여기는 수헹처, 모든 걸 용서하고 다시 정진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나무 덕에 수행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 주의를 집중하고 앉는다. 무엇이든 생각이 나면 그대로 둔다. 그러면서 천천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머무는 바없이 마음을 낸다'를 음미하면서 마음을 머물지 않고 넓게 넓게 핀다. 피고 핀다. 한 없이 넓게 핀다. 지구를 감싸고 남도록 핀다. 그리고 나를 찾는다. 내가 없는 곳이 없이 두루두루 다 있다. 여기에는 이제 나라는 존재가 없다. 그렇게 소나무는 서있단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서 있단다.  그걸 우리는 깨달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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