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강의

3. 무슨 일이 그 당시에 있었나

덕산연담 2008. 8. 11. 15:59
 

<강의 2> 무슨 일이 그 당시에 있었나?



[언젠가 이렇게 나는 들었다.  스승은 슈라바스티에 머물고 있었다]


이 가르침을 기록한 주인공은 55년 내내 스승과 함께 지낸 제자'아난다' Ananda 이고 '스승께서 이렇게 말했다'가 아니고 '언젠가 이렇게 나는 들었다'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이채롭다.  지금  같은 영상 매체가 있었다면, 기자 '아난다'가 현장에서 생중계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면 쉬웠을 것을 혹시나 모를 전달상의 오류를 자기 탓으로 돌리기 위해 '이렇게 나는 들었다'로 겸손과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한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상황은 이런 것이다.

고오타마 스승은 이미 깨달음을 얻고 최고의 행복한 경지인 영원한 평안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이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오타마 스승이 있는 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와서 그 방법을 묻고 가르침을 청한다.  이런 상황은 여러번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수부티' Subhuti 수행자가 묻고 고오타마 스승이 대답을 하고 그 상황을 '아난다' 수행자가 기록하는 것이다.


당신이 수부티이고 당신이 아난다라면 어떻게 묻고 어떻게 기록을 하겠는가?  그게 쉬운 일이까? 질문은 여러 수행자가 공통으로 궁금해하는 사항을 해야하고, 기록은 후에 읽을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해야한다.  따라서 수부티는 수행자중에 수행자로 그 모인 사람 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수행자이고 아난다는 가장 훌륭한 집필가의 능력을 인정받은 출중한 사람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아마도 이미 스승님의 수준에 거의 도달한 수행자임이 미루어 짐작이 된다.


언급된 도시는 이름이 '슈라바스티 S'ravasti'로 '영광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부처님 당시에 약 90만의 인구가 살던 큰 도시 이었으며 수많은 지식인이 함께 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지금 '사헤트 모헤트'라는 마을로 옛날의 그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고오타마 스승은 깨달은 뒤 55년 삶중에서 25년을 이곳에서 거주하셨다.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을 듯하지만 군더더기는 내용의 핵심을 흐리기 쉽다. 중국말 금강경은 이 장소가 '기수급고독원-JetaSudatta의 음역, 제타와 수다타가 시주한 절이란뜻-이고 같이 들은 사람은 1250명이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겠지만 번뇌를 없애는 데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 생략한다.


[ 아침 일찍 스승은 옷을 입고, 그 위에 가사를 걸친 다음, 밥그릇을 들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슈라바스티 큰 성안으로 들어갔다 ]


이미 모든 가르침은 여기서 이미 완료되었다. 더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가? 행동으로 모습으로 모든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아침 일찍 스승은 옷을 입고 가사를 걸치고 밥그릇을 들고 천천히 걸어서 길가에 서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수행 장소에서 얼마간의 거리에 있는 성으로 들어간다. 참으로 훌륭하다.  감격스럽다. 그대가 그 현장에서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궁금함과 걱정은 사라지리라.  그 다음의 이어지는 모든 말들은 그냥 군더더기이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는 아직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먹을 것을 얻는일'은 배고파서 못 참을 지경이 아니면 누군가에게 먹을 것을 달라기가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위대한 스승으로 제자가 얼마인데 스스로 밥을 얻으러 가신단 말입니까? 참으로 눈물겹다. 위대한 스승이 밥 그릇을 들고 먹을 것을 구하러 직접가시고 주는대로 받아서 온다.


만일 먹을 것을 달라는 사람의 행동이나 모습이 그대 맘에 안들면 그대는 어떻게 하는가? 소위 '문전박대'아니하던가?  반대로 위대한 스승이, 나의 은인이 먹을 것을 달라면 어찌하는가? 내가 먹기전에 가장 맛나는 것만을 골라서 아주 정성을 다하여 드릴 것이다. 지금 스승이 당신의 집으로 가고  계신다. 하루 한끼를 먹는 작은 량의 식사를 얻으러 하나의 그릇만을 든채로.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인가. 어서 오시길 손 꼽아 기다린다. 


이런 모습이 수행의 완성자에게서만 나오는 건 아닐까? 그래서 스승은 반드시 먹을 것을 얻어 먹으라고 하셨나보다.  스스로의 수행정도를 매번 '먹을 것을 얻는일'가운데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주는 사람이 주고 싶은 맘이 저절로 생길 정도가 되어야 하기에 말이다.  먹는 것을 얻어 오는 일이 깨달지 못한 수행자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일까. 그래서 남이 얻어 온 것을 나누어 먹을때는, 또는 달라지 않았는데 누가 주는 것을 먹을 때는 늘 자기 반성이 필요한 가보다.


공양게라는 있다. 우리나라 절에서 밥(공양)을 먹으며 읊는 말이다.

 

 

 ‘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한 방울의 물에도 우주의 은혜로움이 깃들어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네

  덕행이 부족한 내가 받기가 송구스럽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성안의 집들을 차례로 돌며 먹을 것을 얻은 다음 스승은 돌아와 식사를 끝내고, 자신의 밥그릇과 가사를 치우고, 그리고 나서 발을 씻고, 마련된 자리에 두 다리를 가부좌하고, 몸을 꼿꼿이 세워 앞쪽으로 주의를 집중하고 앉았다]


스승의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자비가 넘치는 광경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승을 만나고 싶고 무엇인가 먹을 것을 드리고 싶었을까!  집들을 차례로 도는 스승의 마음씀새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그릇도 하나만을 들고 집집에서 조금씩 얻어서 하루에 한끼로 식사를 하시는 절재된 생활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너무 많이 주는 집은 사정하여 적게 받고, 줄 것이 없는 집은 들려서 냉수라도 한잔 얻어 드시고 너그러운 마음 씀새가 보이지 않는가~!


그다음, 손수 밥그릇과 가사를 정리하시고 그리고는 늘 하시던대로 발을 씻고 좌선자세로 앉으셔서 말없이 미소만을 띄운채 '깨달은 상태'에 계시니 그 자리는 얼마나 평화스럽고 고요할지는 상상에 맡기기로 하자.


모든 일은 끝났다. 늘 이렇게 보내시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이렇게 같이 있는 것으로,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이미 모두가 다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생겼다.  함께 있던 수행자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배우고자 마음을 내었다.


[그때 많은 구도자들이 스승이 있는 자리로 다가와 스승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다음, 스승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아 한쪽 곁에 모여 앉았다. 바로 그때 수부티도 그 무리들 곁으로 와서 앉았다.]


사건은 이랬다.  모두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앞쪽으로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가 갑짜기 한사람, 두사람씩 스승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발에다 이마를 대고 고개를 숙인다.  조금전 스승은 발을 씻은 것이 확실하다. 안 씻었어도 기꺼이 스승의 발에다 입을 맞추고 그 향기를 맡고 싶다. 그것도 모자라서 스승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서 스승과 교감을 하고 한쪽에 앉는다.  한 송이의 향기로운 꽃이 있다고 가정을 하자.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가서 냄새를 맡고 그 꽃밭 주위를 서너바퀴 돌고 이리보고 저리보며 그냥 좋아 하지 않던가.  마찬 가지리라.  위대한 스승과 함께 있으며 아침을 먹고는 스승과 말을 걸고 싶고 또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고, 아니면 그냥 안아 보고도 싶고, 그 아름다운 감정을 감추기는 어려우리라.


이런 감정이나 사건이 자주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하도 여러번 도니까 아마도 3번 정도가 좋겠다하여 3번 돌았을 거다. 


그 사람들 중에 수부티도 있었는데, 아마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하고 무리들과 같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니 궁금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워낙 모범생이고 어느 정도 깨달음을 체득한 수부티 수행자가 여러 사람을 대신해서 그간 수행중의 궁금증을 물어 보기로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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