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사랑의 끝판 (한용운 시)

덕산연담 2017. 12. 18. 15:26

 

네 네 가요 지금 곧 가요

에그 등불을 켜려다가 초를 거꾸로 꽂었습니다그려 저를 어쩌나 저사람들이 숭보겄네

님이여 나는 이렇게 바쁩니다 님은 나를 게으르다고 꾸짖습니다 에그 저것 좀 보아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하시네

내가 님의 꾸지람을 듣기로 무엇이 싫겄습니까 다만 님의 거문고 즐이 완급을 잃을까 저어합니다

 

님이여 하늘도 없는 바다를 거쳐서 느릅나무 그늘을 지워버리는 것은 달빛이 아니라 새는 빛입니다

홰를 탄 닭은 날개를 움직입니다

마구에 매인 말은 굽을 칩니다

네 네 가요 이제 곧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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