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불회사(9)

덕산연담 2012. 12. 18. 11:07

수계식 법단을 차리고 우리는 한 자리에 모였다. 어젯밤 우리와 대화를 나누신 큰 스님은 큰 미소를 우리를 반기신다. 인례사(사회)를 맡으신 스님이 아주 큰 소리로 우리의 법회를 부처님과 보살과 율사님들께 알린다. 자세히 적은 순서에 따라서 엄숙하고 깨끗한 수계가 착착 진행이 되어간다.

 

...수계자는 팔을 걷고 연비를 받으란다. 정연 큰 스님은 향에 불 붙여서 한 사람 한 사람씩 팔뚝에다가 지지고 가신다. 그리고 조목 조목 열가지 착한 계율을 설하시면서 다짐을 받으신다. 수계자 모두는 큰 소리로 '지키겠습니다'라고 약속을 했다.

 

스님은 다시 세속으로 돌아갈 우리를 위해 작은 위로를 주셨다. 혹시 못지키고 파하더라도, 다시 마음 고쳐먹고 또 지키도록 애를 쓰라고 당부를 하신다. 블교집안에서는 모르고 저지르는 죄가 훨씬 더 나쁜 죄라고 하신다. 갑작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지키고 그래야 될 거라는 생각이든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자기가 스스로 마음을 내고 자기가 스스로 다짐하는 일인데 참으로 성스럽고 거룩해 보인다.

 

시작부터 끝까지...스님은 내가 원하고 그렸던 수계 법회를 해 주셨다. 너무 경직되지는 말고 자연 스럽게 하되, 청청한 기운이 돌아서 참석한 법우의 마음에 환한 기쁨의 눈물과 참회의 눈물이 고이게 해 주시길 기도했는데...수계 첩을 받고, 법명을 받고는 기뻐하는 법우를 보니 마음이 짠하고 좋다. 내가 더 기쁘다. 자리로 돌아와 정성을 다해서 올리는 삼배는 그 안에 눈물을 담았다. 부처님과 불보살이 정녕 부촉을 하시는구나. 업장을 녹인 물이 법회장을 채운다. 아~! 이런 법회를 '영산화상 염화미소'라고 하는구나...법우야~! 부처님이 드신 꽃을 보았니?

 

수계첩을 들고 계사이신 정연 큰 스님을 모시고 우리는 대웅전 앞에서 증명을 남긴다. 한겨울이데 여기는 너무나도 따사한 봄날이다. 모두가 화사하다. 내가 꽃인가? 네가 꽃이던가?...하하하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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