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현등사초파일(1)

덕산연담 2011. 5. 12. 15:11

 

초파일이다. 우리나라 공식명칭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어머님 생각이 난다. 초파일이면 무당절이든 정식으로 등록된 사찰이든 관계없이 몇명 친구들과 같이 가서는 등을 달고 오셨다. 왜 등을 다는 지는 잘 모르셨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가정이 무탈하고 막연하지만 복을 받을 거라는 믿고 계셨다. 다른 친구들이 가니까 따라 가신적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 덩달아 함께 하신것이다.

 

나는 초파일에는 내가 대학시절 가장 잘 갔던, 그리고 내가 그 옛날 전생에 살았다는 확신을 가지는 가평 운악산 '현등사'를 간다. 처음 내가 갈때인 1976년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현리에 내려서 신장로 길을 4키로 걸어서 다시 산길을 3키로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전기도 들어오지를 않았고 집은 쓸어질듯 기울은 상태이었다. 노 스님 혼자서 절을 지키고...그리고 34년이 흐른 것이다. 중간에 외국에 살때는 못 들렸고, 한창 바쁠때는 절을 찾을 여유가 없어서 자주 못 갔고, 어떤 때는 멀다는 핑게로 가지를 않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띄엄 띄엄 시간이 나면 꼭 들른 절이다. 유일하게 아내랑 함께 가는 절이 이곳이다. 작년에도 아내랑 함께 갔었다.

 

전날 밤새워 내린 봄비는 계곡을 메우면서 큰 소리로 합창을 하면서 밑으로 밑으로 내린다. 물처럼 바람처럼 걸림이 없이 살라고 하더니...지금은 물처럼 바람처럼 소리지르면서 살라고 그 의미를 수정하는 것 같다. 바위를 쓸면서 내리는 맑은 물은 내속을 시원하게도 닦아준다. 보는 것 만으로도, 흐르는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나는 이미 이 세상사람이 아니다.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도 박고 물소리도 녹음을 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내가 힘이 들때 꺼내어 보면 힘이 되어줄거라 믿으며...

 

추억을 간직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 추억을 씹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절을 향해 올라가는 이 즐거움을 무엇과 비교하리...나에게 머리를 밀어달라고 하시던 그 옛날 스님은 나에게 지금도 늘 축복을 주시는것 같다. 가끔 그 스님을 생각하면 그 스님의 기도가 생각난다....네  눈 앞에는 늘 좋은 광경만이 보이길 그리고 아무도 너의 앞길을 막지 말기를...그렇게 새벽에 나를 옆에 끼고 기도를 하셨다. 난, 늘 그 기도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이고...

 

아내는 속도 모르고 빨리 오지 않는다고 독촉이다. 나는 더 천천히 가고 싶은데...이런 물소리를 어디서 또 듣는단 말인가~! 그 멀던 길이 어느새 절 입구이다. 봉선사의 말사가 되어서는 '월운' 큰 스님의 원력으로 한문대신 한글로 친절한 설명을 한다. 불이문으르 지나면 108계단이 나를 맞이한다. 왜? 108이란 숫자가 불교수행에서 번뇌의 수를 헤아리는지를 설명한다. 너무나 친절하지 않는가~!! 요 108번뇌만 제압을 하면 나도 저기 앉은 금빛의 부처 경지에 다다르는 거다. 한 발짝씩 움직이며 번뇌를 지운다.  

 

에고...108번에 올라서니 다올랐다는 생각만 난다. 내가 번뇌를 세었는지도 벌써 잊었다...이럴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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