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성주사(5)

덕산연담 2011. 3. 23. 11:30

 

사건의 전모는 이러하다.

 

절에 가기전에는 밤에 음식을 먹지 않던 사람이,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떡이며, 주스며, 과일을 다과모임 시간에 먹었다. 그 것도 한 두 개가 아닌 여러개를 주섬주섬 먹다가 보니...배가 차오르는 정도까지 채웠다. 시간은 흘러서 11시...그리고 추가로 30분이 지나서 11시반.  모든 일정을 끝내고 숙소로 가니 만원 사례이다. 어찌어찌 비집고 자리를 잡고 누우니, 오히려 정신이 맑아온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가 귀에 걸린다. 천정의 전등은 아직도 내 눈을 향해 강한 빛을 보낸다. 내일을 위해 자자..자자..하면서 나를 달랜다. 하지만 배 안에서는 전쟁이 생긴거다. 가스가 분출을 하려고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며 나갈 곳을 찾는다. 참으로 난처하다. 밖은 이미 추운데...

 

방안의 나한님들만 아니었으면, 그냥 버티거나 실내에서 그 가스를 처리를 할 텐데...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 1시다. 이절 이름이 곰절이라 했던가~!  곰처럼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화장실을 들러 세수를 하고는 이내 설법전의 부처님앞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아무도 없어서 체면 불구하고 몰라서 물어 보는 데요....'나는 구누예요?'..그것을 알면 당신처럼 고통에서 벗어나서 늘 안락하고 평온하고 행복하다면서요?

 

 

그리고는 기다렸다. 대답이 없어서 절도 해 보았다. 방석에 앉아 등을 곳게 세우고 숨을 세어보았다. 그래도 대답이 안들인다. 지루하다. 나는 누구인가?  그 물음으로 부처님과를 이루었다면서 전문가께서 왜 대답을 아니하시나? 일어나서 서성였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그님을 흉내를 냈다. 편안하게 앉아서 그님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며, 그 님의 마음을 그려본다. 대자대비...크고 큰 자비로움, 청정무애-맑고 깨끗한 걸림없는 자유로움, 적정열반-고요하고 고요한 더 바람이 없어짐...

다리가 아파온다. 고통을 참는다. 나는 누구인가?

 

텅빈공간에 혼자서 쇼를 한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여기가 극락인데...또 무엇인가를 찾는 나를 보고 웃는다. 그래도 절에 와서 부처님과 놀아보자는데 누가 탓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앴다. 누가 불쑥 들어와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 같애서 좋았다.

 

결국은 앉아서 조용하게 있으니...마음이 편안하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은 앉은 상태이구나 하는 생각에 웃었다. 그때 우렁찬 목탁소리가 들리면서 스님의 뜻모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 4시구나. 나의 흔적을 지우고는 얼른 밖으로 나가서 그 스님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두 발자국 뒤에서 그 스님의 흔적을 밟으며 그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었다. 설법전을 지나서 대웅전으로 올라서 한 바퀴, 두 바퀴를 돈 뒤에 스님은 대웅전으로 들어가셔서 종 앞에 정좌를 하신다. 아마도 곧 예불이 시작되나 보다.

 

 

나는 서둘어 3배를 하곤 대웅전을 나와서 설법전으로 향했다. 귀는 대웅전의 스님 종소리치며 하는 염불에 기울리며...너무나 거리가 멀은지 종소리만 들린다. 아마도 이런 말을 또 하시고 하시리라....이 종소리를 듣는 중생들아 번뇌를 쉬고 지혜를 키우고 키워서 깨달음을 얻어서 행복할 지어다. 어서어서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배고프고 어리석은 세상를 뛰쳐나와서 부처님과를 이루어서 불쌍한 중생들을 구하여 주옵소서...지옥은 곧 바로 없어져라...옴 가라지야 사바하 옴 가라지야 사바하 옴 가 라 지 야 사바하...

 

방석을 하나씩 내려 놓으며, 여기에 앉아서 아침예불을 할 우리 법우님의 미소를 그린다. 줄도 맞추고 열도 맞추고...방석을 보시한 여인이 스님에게 그랬다면서요?...이 방석은 스님이 성불할때 까지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아직 비교적 새 방석을 보니 이 방석 주인들은 더 수행이 필요할 듯 하다.

 

...목숨을 바쳐서 온 마음으로 의지하나이다. 지혜를 가르쳐 주시는 문수보살님, 실천이 수행의 최고라고 하시는 대행보살님,  스스로 자비로움의 자체이신 관세음보살님, 약속을 굳건히 지키시는 믿음직한 지장보살님, 그리고 다른 모든 보살님께.

...목숨을 바쳐서 온 마음으로 의지하니이다. 부처님 당시에 함께 수행을 하신, 열명 제자, 16명과 오백명의 아라한, 홀로 깨달은 사람부터 1200여명의 모든 아라한등 모든 자비로운 분들께.

 

셀 수가 없을 만큼 많은 수많은 자비로운 깨달은 사람들 (무량자비성중)...

 

소개팅이라고 마주본 자세를 스님은 조크했지만, 난 면벽보다는 더 좋은 자세라 믿는다. 지금은 5시...그러니까 4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 시간을 앉아서 다리를 꼬니까 금방 아파온다. 족히 3시간은 앉았으니까...건너편의 법우님께 의젓함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의외로 할만 했다. 호흡도 편했고, 졸리지도 않았다. 6시에 끝이 날때는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했다. 다른 법우에게 이야기는 못하고...나는 그냥 좋아서 싱글벙글...왜? 내가 기분이 좋은지는 나도 모르지만 행복하다는 생각이외 다른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이런 걸 순례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정의한다. 다음 순례를 기다리고 또 가고 싶은 이유이다. 내가 행복하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행복하다. 행복해진다. 나는 그래서 행복해야만 한다. 이것이 진정한 보시...무외심(두려움을 모르게 해주는 일)보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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