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죽이기

길을 걷는다는 건

덕산연담 2011. 5. 9. 16:24

 

그러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늘 미루어 오던 일이다. 배낭을 메고 떠나는 일...무작정 걷고 걷고...그러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아니면 어떤 생각이 들어올까?

 

그래서 말 없이 그냥 걸었다. 5일, 6일, 7일, 8일...나흘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앞만보고 걸었다. 물도 지나고, 산도 지나고, 숲도 지나고, 마을도 지나도, 들판도 지나고, 아스팔트를 걷기도 하고, 절에 들러서 시주도 하고...처음에는 힘이들더니 나중에는 지친 다음에서 힘이 들었다는 것이 느꼈졌다. 종아리에서 오는 통증의 크기가 오늘 얼마나 집중해서 걸었는지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걸었어도 사실은 걸은 기억이 희미하다. 늘 같은 걸음을 다녔으니...지금도 몸은 그 템포로 걷고 있는 기분이다.

 

새들은 더 소리 높여서 노래을 들려주었고, 나무는 한창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고, 꽃은 아쉬운 작별에 몸부림을 쳤다. 사람들은 모두가 자기 잘난 멋을 뽑내고 동물들은 각자 형상대로 할일이 바빴다. 유독 돼지만 그져 울간에서 냄새를 풍기고 그져 오로지 먹는 일과 새끼를 내 놓는 일에만 열중이었다.

 

김우중 회장님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세상을 일깨웠는데, 나는 '아름다운 길은 많고 행복은 널려져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길 위를 자주 다니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를 알았다. 그냥 주워서 담으면 된다. 온통 세상이 행복한 일로 넘쳐나니 말이다. 김삿갓 시인도 그 일을 알았고, 수많은 꺠달은 현자들이 이미 알아온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노래를 했다. 떠나라...떠나라..그리고 거기서 행복을 주우라고...

 

흰 천에 검은 색 물감을 들이려면, 검은 먹물에 푸욱 담가야한다. 그리고 잠시 두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연과 동화되어 그 자연을 눈에 담으려면 몇일을 그 세상에서 살아야한다. 담가두어야 한다. 그래야 된다. 고민하거나 우려하지말고...그냥 그대로 푸욱 두어야한다. 연휴를 잘 보내려고...푸욱 자연에 담가보려고 내가 마음을 내고 해 보았다. 참으로 의미가 있고 좋았다.

 

이제 걷는것은 취미가 되었다. 아무리 멀어도 할만하다. 음식도 대충은 눈 감을 수가 있다. 나가면 어디든지 내가 찾고 좋아하는 행복이라는 하인이 머리를 숙이고 기다리고 있다. 주인님이 오길 기다리며...또 가리라. 곧 가리라. 그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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