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따라서 나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흐름이 왔다가 가는 것을 알아 차려라. 에너지가 그렇게 나에게로 옴을 다정하게 생각하라. 이름하여 '고요함'이다.
바닷가의 파도가 일렁거림을 보면서 거기에 몸을 흔드는 바닷식물이 이렇게 나를 일깨운다. 썰물로 물이 빠지고 나니 색깔이 아름답다. 바위가 마치 섬처럼 드러나면서 자기의 존재를 알린다. 내가 없을 때도 그 일은 늘 반복이 되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리라. 새삼 내가 신기해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딱딱한 고체는 그 것이 깨지는 데 얼마나 에너지가 필요한가가 궁금하고, 흐르는 유체는 그 놈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가를 연구하는 것이 기계공학이다. 그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는 그놈의 변화를 잘 살펴보는 일이고.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유체가 가지는 특성을 알아가는 일이다. 만지기도하고 보기도 하면서 사람이 사는 이치와 잘 맞기 때문이다. 지구가 생겨나서 물이라는 놈은 늘 그 양이 줄지도 늘지도 않은 정해진 양을 가지고 세상을 지배한다.
오늘 내리는 비는 아마도 태평양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구름되어 날아와서 여기 뿌리고 간 것인지도 모른다. 그 놈은 다시 우리 몸에 들어 갔다가 오줌되어 나무에 옮겨가고 다시 장작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흐름을 막는다는 것은 포기이다. 죽음이다. 살아있음은 그 흐름을 계속이어가고 그 흐름을 잘 가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놈이 가진 에너지가 줄지 않도록...
에너지가 있는 물 속에서는 모든 생물이 편안하다. 활발하고 행복해하고...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도 하나의 흐름이다. 그 흐름을 잘 보살피고 잘 관리하는 일...그 생각 속에 있는 나는 평화스러움...그 자체가 되리라 믿는다. ...고요함과 깨끗함과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