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용문사

덕산연담 2011. 2. 15. 11:03

용문사는 아주 부자 절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남는다. 지킬 것이 너무나 많아서 맨 위에 주지 스님이 주석하는 집의 마당에는 무지 큰 개가 3마리가 있다. 절에서 들리는 소리가 불경을 읽는 염불소리가 아니라 무서운 개 짖는소리가 나를 반긴다. 아직은 내가 깨달음이 없어서 그 개가 짖는 소리가 반갑지가 않다. 아니...이런 아름다운 절에서 개를 마당가득 키우다니...난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안내문은 있다. <수행중 외인출입금지>  누가??

 

집집마다 금빛부처는 말없이 앉아 계신다. 무언의 설법을 하신다고...그리고 점안을 하였기에 살아계신 부처님이라고 아무리 스님이 설명을 해대도 난 도무지 그 말에 동의를 못한다. 억지로 하라해도 앞에서는 미소로 동의를 해도 돌아서서는 다시 의심을 하리라. 스님은 보이지를 않는데 왜 이렇게 절집은 큰 걸까? 무슨 용도로 이렇게 큰 건물이 필요할까?...텅비어서 고요한 그 모습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의 정수를 알아차리라는 뜻일까?...?

 

주인 없는 집에가서 주인을 몇번 부르다 지친 객처럼 법당에 들어가서 절을 한다. 모든 것이 박복한 제 탓입니다. 절을 108번을 해도 주인은 나오지도 않는다. 내가 주인이 된다. 아마도 내가 가고 나면 주인은 내가 주인 행세를 한걸 알고 화를 내리라...깨달은 자비로운 부처님이 그리워 그 곳에 갔는데...30여명이 넉넉하게 쉬지를 못하고 보채는 아이처럼 어서 절을 나가자고 한다. 부처님은 못 만나고 문화재 보물만 만져보고 쓸쓸하게 나왔다. 그냥 문화재 본 값으로 아주 작은 보시금을 남기고...

 

그래도 서울서 멀리 왔는데 그냥 나가기가 아쉬워 숨 죽여서 님을 찾아보았다. 가장 초라하고 가장 낡은 집 한채가 보인다. 그곳에서 넉넉함이, 포근함이 느껴진다. 역시 먼지가 뽀얀 단위에 조각한 아라한님들을 모신 곳인 '응진전'-應眞殿 이다. 거기에 나와 닮은 미소짖는 분을 만났다. 3배를 올리고 나도 웃었다. 비로서 마음이 여유를 찾았다.

 

어려워서 기도를 하면...나한(아라한의 별칭)님은 3일만에 들어주고 부처님은 최소100일은 걸린다고 한다. 마치 동네 이장어른은 내 사정을 잘 알아서 금방 들어주지만 대통령은 만나기도 힘든 것 처럼...사소한 작은 일은 이곳에 계신 나한님께 부탁을 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다.

 

금강경에 보면 아라한 과는 수행의 마지막 경지인데 산스크리트어의 Arhat 를 중국말 발음으로 따오니 아라한(阿羅漢)이라고 부른것이다. 마치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이라고 쓰는것과 같은 이치로...

 

금강경의 주인공인 수부티(Subhti-수보리)는 그가 얻은 경지인 아라한 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한다. 

 

----

스승은 물었다.

"<'나'라는 것이 없는 아주 자비로운 사람 Arhat-아라한>이 '나는 내가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겠느냐?"

수부티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내가 없는 경지라고 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를 "<'나'라는 것이 없는 아주 자비로운 사람>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스승께서는 저를 두고 <평화로운 삶을 사는 자비로운 사람들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욕망을 떠나 있으며, 저에게는 '나'라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나는 욕망을 떠나 있으며, '나'라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만일 저에게 '나에게는 내가 없다.'는 생각이 일어날 수 있었다면 그때는 스승께서는 저를 두고, <훌륭한 집안의 아들 수부티는 평화로운 삶을 사는 자비로운 사람들 가운데 으뜸이다. 그는 어디에도 있지 않으므로 그를 '평화로운 삶을 사는 자비로운 사람'라고 부르는 것이다.>라고 말씀 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

그 안에서 합동으로 기도를 올린 우리 법우님들의 모든 소원이 속히 아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나이다. 나무 무량자비성중...끝없는 자비를 가지신 깨달은 분들께 온마음으로 의지하나이다...

 

나한님을 모신 집에는 이런 문패가 걸렸다.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었을까? 어디 좀 보자구나~!!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자비심이 산처럼 많이 쌓인 곳에  더 큰 자비를 말없이 베푸시나니

 

아직 그대는 그 자비를 모르네 마치 꽃이 피기전과 같이

 

그 자비로움은 좋기도하고 나쁘기도하고 심지어는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네

 

그대가 있어야 비로소 자비가 있나니 그대가 곧 자비심이라

 

(한문직역 : 완전한 깨달음의 산 속에 꽃나무 한그루가 있다. 멀지않아 천지에는 꽃이 피어나리니. 꽃은 파란색도 흰색도 그렇다고 검은색도 아니리라. 봄 기운이 없는 곳에는 하늘이 무삼 필요하리)  

'사찰순례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주사(0)  (0) 2011.03.18
성주사(-1)  (0) 2011.03.14
장안사 그리고 용(龍)-Dragon  (0) 2011.02.14
청계사  (0) 2011.01.26
불회사(4)  (0) 201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