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절은 맨위(상단)에 부처님을 가운데(중단)에 수행공간을 그리고 맨밑(하단)에 속세와의 이별 공간을 만들어서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세상을 건축물로 구현한 것이 보통이다.
...세속을 떠나서 출가를 하면, 깊은 깊은 산속으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어딘가에 계신다는 선지식 스님의 이름만을 듣고 그 스님의 휘하에 들어가서 수행을 한다는 일념으로...그러다가 마주친 일주문은 오직 수행을 하고 부처를 이룰때 가지는 나오지 못하는 큰 약속을 하는 문이다. 기둥이 하나이듯 마음도 오직 하나...모든 세속의 알음알이를 버리고..마음을 텅비워서 도가 그릇에 넘치기를 맹세한다...(하단)
...일주문을 지나 한참을 가면 보통 탑이 나오고...그리고 양쪽으로 건물이 있어서 참선을 하거나 강의를 듣는 수행 공간이고...(중단)
...그리고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이나 극락보전이 있어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을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거나 아미타 부처님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다 (상단)
경허스님이 출가를 하시고 한문을 공부하신 장소가 청계사인데...대작불사로 큰 건물이 즐비하다. 블도져로 밀어서 터를 넓히고 콘크리트로 한식건물을 우람하게 짓고, 화려한 단청을 입혔다. 스님은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사를 청하여서 돌아가신 영가의 천도재를 지낸다. 마이크에 대고 하시는 염불이 듣기가 민망하다. 너무나 세속적으로 들린다. 속세를 떠나서 수행을 하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신 비구께서 하시는 염불치고는 너무 늘어지고 힘이 적다. 목탁이 깨어져라 목이 쉬도록 애를 써야 영가가 알아듣고 천도가 되지 않겠는가~!!
천도란 하늘나라로 간다는 말이 아니다. 천도-薦度 라는 한문은 '다른 세상을 권장하다'는 뜻이지만 요즘 영어로는 'Level-Up'이다. 깨닫지 못한 미혹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여섯가지 세계를 육도-六道라 한다면 지옥 아귀 축생 수라의 4가지 세상에 태어나지 말고 최소한 인간이나 천상에 다시 태어나길...그러나 정말로 원하는 것은 아미타부처님의 세상에 태어나 극락을 누리길 부처님전에 기원하는 것이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나를 위해 정성껏 상을 차리고 덕 높으신 스님을 모셔다가 천도제를 지내줄 그런 인연이 있을까?...오늘 법당에서 진행되는 천도제의 주인공이 부럽고 살아 생전 그 분의 넉넉한 삶이 보인다.
법당에 말없이 앉아계신 아미타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서둘러 나온다. 절에는 왔지만 우리는 객이다. 스님은 제사에 바쁘고 우리는 다른 일에 바쁘다. 사진으로 남기며 희미해질 먼 훗날의 기억을 대비한다. 이렇게 절에 와서 사진이라도 찍어두면 나중에 복이 올거라 믿어본다. 우리의 수행은 어제 밤 펜션에서 새벽 3시까지 했으니...오늘은 놀자...ㅋ ㅋ
이미 도를 통한 도인처럼...차를 마시면서 차담을 나눈다. 인생...뭐 별거있나? 좋은 사람과 차 마시고 웃는 거지...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