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심곡암(3)

덕산연담 2010. 11. 16. 01:55

 

새벽예불이 끝나면 몸이 나른해진다. 새벽에 108배를 하고나면 더욱 그렇다. 추운 날에는 따뜻한 이불 속이 그립다. 더구나 늦게 잠자리에 든 날은 그 유혹이 아주 심하다.

 

그때 우리의 대장-들구름 법우님의 끔찍한 제안이 들어온다. 형제봉을 올라서 일출을 보자는. 단, 원하는 사람만...난, 갑짜기 바람잡이가 되어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 법우를 제외하고 모두가 나섰다. 귤을 싸고, 커피 물을 끓여서 보온병에 넣고, 떡을 담아서 배낭에 넣고 산행겸 일출을 보러 1시간 가량을 올랐다. ...작은 랜턴에 의지하고 새벽을 깨우며 신선함을 마시며 오르는 맛은 참으로 황홀했다. 서서히 땀이 차올를땐 세상의 근심은 오직하나...언제 형제봉에 오르나 그 하나 뿐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한 발짝 한 발짝 오르니 어느덧 큰 형봉...그리고 작은 제봉이다. 두 봉우리를 합쳐서 형제봉이라고 한단다. 도착하자마자 싸가지고온 보따리를 풀고...따뜻한 커피를 시작으로 먹으면서 다시 풍만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사진기로 그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다. 나중에 보면서 지금의 이 장면을 더 생생하게 기억할려고.

 

늘 떠오르는 태양이고 햇님이지만 내가 맞아주어서 일까? 수줍음을 타신다. 얼굴을 구름에 가리고 붉은 모습만을 비춘다. 감히 바라본다는 것이 내 건방인가? 햇님은 그림자로 짐작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아니면 아마도 눈을 멀게 할지도 모른다. 오늘도 햇님은 그렇게 나를 배려하셨나보다.

 

돌아와서 스님과 작별을 한다. 그 작별은 늘 사진기가 대신해 준다. 모두가 그 사진기 앞에 서서 이로서 모든 것을 마친다고 웃으며...짤칵~!! 스님도 우리도 웃는다. 우리는 스님이 계셔서 좋고, 스님은 우리가 있어서 행복해 보이신다.

 

 

 

절은 나오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니...하룻만에 모두가 성자가 된듯하다. 하나씩 보따리를 들고 길을 나서는 수행자들...그들 모두에게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충만함을 본다. 모두가 얼굴에 미소를 담았다. 마치 스스로가 관세음보살처럼....그래서 옛 스님이 이런 말을 했나보다.

 

매일매일이 아주 좋은 날이라고...아주 동감을 하며 난 두 손을 합장한다. 그래 여기, 그리고 지금이 아미타세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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