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3시 30분이 우리가 약속을 한 장소에 만나야하는데, 아직 집이다. 서둘러서, 가방을 꾸려서 나간다. 혼자서 산길을 걸어간다. 멀리서 들리는 신당의 징소리와 릴리리 피리소리가 오늘도 새로운 무당의 탄생을 알린다. 서울의 북한산 자락에 있는 '심곡암'이 오늘 우리의 수행 모임이 있는 곳이다. 단풍이 지나서 이제는 낙엽으로 되어버리는 풍광이 곧 겨울을 예감한다. 염주를 꺼내서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힘든 산행을 잊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몇년 전에는 한해 25번 등반의 목표를 정하고 이 길을 걸었던 아름다운 길이다.
늘 지나치던 절인데...오늘은 거기서 머물고 거기서 수행을 하시는 수행자'지월'스님을 만난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모임의 공덕으로 이런 아름다운 기회를 얻게 된것이다. 등산을 하면서 우연히 들르는 절에서, 삼배를 올리고 나오면서, 나는 이런 법문을 떠올리곤 했다. ' 숫가락이 국물 맛을 아냐?'...나는 늘 스치는 기분에 숫가락이 된듯 늘 허전했다. 요즘은 템플 스테이가 생겨서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 절에서 하루 밤을 머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북한산은 절터가 참으로 많다. 무당들이 세운 절이 계곡마다 어수선하게 많았다고 한다. 박대통령시절, 국립공원법을 만들고 정화를 해서 제법 규모가 있는 절 만 남았다. 그래서 이곳의 절은 누가 언제 설립을 했다는 설명이 없다. 그리고 가람의 배치도 친 자연적으로 땅이 생긴대로, 비 계획적으로 싸게 짓는다. 참선보다는 기도가 중심인 그런 도량이라고 짐작이 된다.
역시 절 안에 들어서니 편안한 시골집에 온 듯하다. 이곳 저곳에 물건이 널려있고, 비닐로 법당도 임시 마루를 덥고 스님 두분이 주석하고 계신다.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절이다. 이런 절에 오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마치 나의 시골 고향집을 온듯 그런 느낌이다. 대강 짐을 정리하고 둘러 앉아서 우리 도반들 얼굴을 들여다 본다. 모두가 편안하다. 이야기 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과 흥분이 담겼다. 자주 본 도반과 처음 뵌 도반들...어쩌면 과거의 어느생에 우리는 최소한 형제의 인연은 있으리라. 어떤 모습을 보아도 절대로 밉지가 않다. 그저 소중할 따름이다. 그때쯤에 들리는 가장 기쁜 소식이 있었다.
저녁 공양을 하시란다.... <배고픈 이에게 밥 공양은 최고의 보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