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잘도 붙였다. 도인송 그리고 미인송이다. 옆으로 누워서 지지대의 도움을 받는 나무가 '도인송' 이고 홀로 당당히 서서 풍성한 머리를 가진 나무가 '미인송'이란다.
원래 이 나무들이 서있는 빈 터가 벽송사 대웅전이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육이오이후 빨치산들이 여기에다 야전 병원을 차려서 활동을 한 이후, 국군에의해 불타 없어졌다고 누군가 전한다.
만일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언뜻 보아서는 나무들이 나이가 비스한 것 같다.
이 나무들은 여기서 벌어진 모든 사건들을 잘 기억하고 있겠지?
안개가 자욱한 덕분에 분위기가 스산하고 침착하다. 누가 이런 멋진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를 시작하였을까?
..도인송... 다가가서 보니 안스럽다. 나무 높이의 약 반 정도가 화상의 흔적이 있다. 시꺼먼 색으로 속살이 보인다. 두꺼운 소나무 껍질은 보이질 않고 맨살을 태워서 검은색으로 하늘을 보고 있다. 거기가 아파서 누우려고 그래서 비스듬이 서게 되었나보다. 낙산사에서 붕대를 감은 소나무를 많이 보았다. 불에 타서 그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무진장 안타까웠는데... 여기 이 도인송은 그 옛날에 붕대는 구경도 못했으리라. 스스로 뜨거워 비명만을 지르다가 반쪽만 살아서 여지껏 혼자의 힘으로 온 것이다. 과연 도인송이다.
...미인송... 의젓하다. 도인송이 누워있으니 같은 나이 인데도 늙어뵈고 도도하게 꼿게 서 있으니 젊어뵌다. 어려움을 모르고 잘라난 아이처럼 자기 멋대로 쭉쭉 뻣었다. 가지도 나름대로 균형있게 벌리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풍성한 머리에는 흰학을 닮은 핀까지 장식을 하고 아름다운 자테다. 아마도 도인송이 살아남은 이유가 이 미인송 때문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예뻐서 차마 눈을 감지 못한다는 전설처럼 화마가 휩쓸때에도 너를 두고 차마 갈 수가 없어서 이렇게 살았노라고 이야기 하는듯하다.
다시 이 터에다 '평화로운' 수행처를 다시 만들면 그때에는 너와 나로 나뉘지 않고, 도인송 미인송 하나가되어 이 그늘에 쉬는 자...문득 깨달으니...'내가 이미 부처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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