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계속해서 법문을 하신다. 내가 눈을 마주치면서 합장하며 인사를 건네면 다음으로 나가신다. 자기의 말을 알아듣는가 궁금하신가보다. 그리고는 승가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신다. 큰 스님은 없다고...키가 크나 팔이 기나...큰 스님이라는 사람이 그 말에 속아서 진짜가 없다고 단언을 하신다. 겸손의 말씀이지만 한편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큰 스님이 이렇게 많다면 지금 우리가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기가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예불시간에 외우는 문장중에 ...지심귀명례 영산당시 수불부촉 10대제자, 16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 제대 아라한 무량자비 성중...이라는 문귀가 있다. 우리말로 쓰면 이렇다.
'부처님 살아계신 당시에 부처라고 인가를 받았거나 부처가 될거라 약속을 받은 제자 10명, 성인 16명, 500명 아라한, 그리고 스스로 깨달은자 그리고 1200명 깨달은자의 자비스러움에 목숨바쳐서 귀의합니다'.
여기서 500명의 아라한은 도둑질을 하던 도둑놈들이다. 도둑질을 하다가 부처님을 만나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일시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집단이다. 지금은 스님들도 평생 선방에 앉아서 소위 도를 닦아도 깨닫지를 못해 안달이고, 평생을 공부해도 모르는게 부처님의 법인데...무식한 도둑놈들이 어찌 한방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인가?
전생에 이미 닦은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기는 너무나 많은 숫자에 믿기 어렵고, 계행이 청청하지도 않았고, 학식이 높지도 않았음이 확실하다. 그런데 어떻게 한방에 깨닫고 우리스님들이 매일 머리숙여 귀의하는 성인이 되었을까? 석가모니 부처님의 위대함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그리고 그 도둑놈들이 얼마나 열심히 수행을 하여서 그 짧은 시간에 성인되었나가 상상이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넘치는 에너지가 수행으로 바뀐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스님은 우리 같은 활기 넘치는 재가 수행자가 맥없는 스님들보다 더 얼른 쉽게 깨달음을, 평화로운 삶을 얻을 것이라고 말을 하고 계신거다. 스님은 힘주어 우리들에게 간곡하게 법문을 하시는 이유이다.
그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심월 : 수행을 하는데 어떤 방법을 택해서 하면 쉽게 빨리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우리는 수행의 방법을 모른다. 참선도 해보고, 절도 해보고, 불경도 읽어보지만 영 마음에 감흥이 없다.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나도 알고 싶은 내용이다. 과연 스님은 어떻게 말할까?
<스님 : 참선이든, 불경을 읽든, 절을 하던지...어떤 수행 방법이든 일심으로 하면 된다. 일심으로 하라. 절을 하면 극기훈련이 되어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성취감이 생겨서 현실의 어려움을 이기는 힘은 기를 수 있지만 깨달음에는 좀 거리가 있다. 절을 하던, 참선을 하던, 불경을 읽던간에 온 마음을 기울여서 한 마음-일심으로 지금 당장 해야한다. 깨달음의 처음단계가 기쁨이 마음에서 넘치는 것이다. 환희심이 저절로 나는 경지인데 일심으로 어떤 수행이든하면 곧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자기에게 가장 좋은가는 본인 제일 잘 알거다. 그렇게 하다보면 스스로 알게 되리라.>
말은 쉽다. 어떻게 일심으로 하라는 말인가? 오직 그 일만을 생각하고 오직 그 일만을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는 '목숨을 걸고' 한판 벌리는 일이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일단 해보는 거다. 해 보고나서 안되면 그때 다시 물어 볼일이다. 환희심이 솟아날때까지 함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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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법문은 힘이 있고 당당하다. 그리고 친절하시다. 남자답기도 하고 자상하기도 하다. 무엇인가 믿을 만한 에너지를 담고 계신 것 같다. 법문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묻고 답하고...한 사람도 졸지 않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귀를 세워서 듣는 우리가 있기때문이다.
나는 우리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여태껏 들은 법문중에서 최고이었고 너무나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고...나도 그랬다. 기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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