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갈겨 쓴 붓글씨가 시원하다. 궁금하다. 무슨 내용이며 왜 거기에다가 붙여 놓았는지...
죽영소계진부동...<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는다>.
야부(冶父) 선사의 금강경송 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말이다. 달빛에 비친 대나무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뜨락을 쓸어도 먼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세속에 살면서도 대나무 그림자처럼 물들지않는 무심의 부처님의 경지를 노래한 것이다.
고목생화별시춘...<마른나무에 꽃이 피어나니 특별한 봄이로다>. 봄이 되면 모든 나무가 물이 오르고 그러면 반드시 꽃을 피운다. 이와는 반대로 마른 나무는 꽃 대신 잎사귀 정도만 피워도 다행이지? 에너지가 충분하거나 넘쳐야 비로소 꽃은 핀다. 양분이나 물이 부족하면 우선 꽃을 떨구고, 그다음은 잎이다. 그리고는 가지를 말리고는 뿌리를 보호한다.
때를 기다려 물이 생기고 양분이 생기면 나무는 줄기를 뻣고 잎사귀를 내밀고...겨울을 기다렸다가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 마른 가지에 꽃이 피다니...봄중에도 봄이다. 마른 가지에도 꽃이 필정도로 아주 화창한 봄이다. 이 선방에서 정진을 하면 마른가지에도 꽃이 피듯, 수행하는 모든사람들이 부처님의 경지를 얻는다는 말이 아닐까? 여기서 수행을 하라 그러면 멀지 않아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리라는 위안이라 믿는다.
쟁여운출연진보...<(마음 속에서) 다투는 일은 진귀한 보배를 밖에다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 화내는 일은 복을 갈가 먹는 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마음 속에 아직도 다툼이 있다면 갈길은 아주 멀다.
어느 수행자가 문득 깨달은 바 있어서 멋진 글씨로 깨달음의 세상을 4행시로 적어서 스승에게 보냈다. 자기가 읽어보니 참으로 훌륭하고 더이상 깨달음은 없다고 확신을 하고 아주 만족했다. 다른 제자들이 보고 감탄을 하고 그 수행자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스승은 그 글을 보자 마자 읽는 시늉도 잠깐 한채 얼른 빨간 펜으로 가위표를 해대는 것이 아닌가?...모두가 놀랬다. 그 가위표한 편지를 다시 돌려 보냈다.
그후 이틀이 지나서 그 수행자가 스승을 찾아서 얼굴을 붉히면서 따졌다. 무엇이..어떤 글귀가 틀렸는가..하고. 스승은 묵묵부답이다. 그져 웃을 뿐 이야기를 안하신다.
나중에 법상에서 스승은 이야기를 한다. 고까짓 가위표 4개에 화를 내는 수행자가 진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할 수가 없다. 금강경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내가 끝까지 잘 참고 견뎌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끝까지 잘 참고 견뎌내다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일찌기 칼링카왕이 내 몸과 팔다리에서 살을 도려 낼때에도 나에게는 '나'라는 생각도 '남들과 나누어진 나'라는 생각도 '살아있는 영혼을 가진 나'라는 생각도 '목숨가진 나'라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에게 '나'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틀림없이 분노의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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