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고추나무들에게 물을 준다. 그리고 매일 매일 고추를 수확한다. 한여름 날씨 덕분에 고추가 금새 익는다. 그리고 그 나무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어찌나 키가 크던지 물을 위에서 주기가 어렵다. 빨간 고추를 따면서 매우 조심을 한다. 지금도 꽃이 피고 고추가 달리는데 행여 나무가 상하면 않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한다면 곡식을 가꾸거나 화초를 키우거나 무엇이든 정성이 들어가는 일을 하면 정신건강에 매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퇴근을 해서 집에 가면 우선 보는 것이 고추밭이다. 아침에 파란놈이 어느새 반쯤 붉은 색이 되어있다. 하루 물을 건느면 어느새 입새가 시들하다. 어떤 나무는 싱싱하고 어떤 나무는 시들하다. 햇볕의 많고 적음에 따라 차이가 많고 또한 물의 많고 적음이 큰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우선 고추를 살핀다. 밤새 바람에 잘 견뎌는지를 보고 혹시 벌레가 있지 않나 살핀다. 벌레는 아침에 고추잎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잘 보인다. 그리고는 물을 준다. 넉넉히 준다. 그리고 나서 시들거나 마른 가지는 잘라버린다. 물을 주고나면 나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베렌다에 놓인 화초가 신호를 한다. 자기들도 믈 한바지 달라고...난 속으로 너희는 열매도 안 맺는데 하면서도 시원스레 조루에 물을 담아 뿌려준다. 정말이지 웃으면서 물을 받는것 같다. 짜슥들...ㅋㅋ
화초는 늘 다듬어야한다. 보기 싫으면 내다 버리기에 내가 보고 싶은 모양으로 다듬과 나누고 조화를 만든다. 힘들이지 않고 자기가 자기 모양을 유지하는 놈이 이쁘다. 화초중에는 여러 사연이 있다. 내가 고등학교때 부터인가 기르던 고무나무가 여때껏있고 이민간다고 나누어준 화분이 있다. 돈이 들어온다고 다른집에서 분양해온 돈 나무도 있다.
너무 집착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나와 소통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내 삶에 '평화로움'을 선물한다. 참으로 고마운 녀석들이다. 따다가 놓은 붉은 고추가 햇빛에 시들시들 마른다. 얼마가 되든 잘 말려서 나중에 김치 담글때 다른 고추가루에 섞어서 유용하게 쓰리라. 얼마나 고추가 매운지...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