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정진홍'님의 칼럼에서 알았다. 이번에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일본인 선천성 시각 장애자인 '쓰지이 노부유키' 가 말을 배울때 엄마에게 물었단다. '엄마, 오늘은 바람이 무슨 색이죠?'...또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협주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한다. 맹인이 어떻게 지휘자를 보지도 않고...
....쓰지이가 연주 중에 숨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전해들은 지휘자 제임스 콘론 역시 지휘 중에 숨소리를 좀 더 크게 내는 것으로 협연자인 쓰지이를 배려했다. 숨소리도 바람이다. 쓰지이는 그 숨소리에 담긴 바람의 색깔을 간파해 훌륭하게 협연을 해낼 수 있었다. 연주 후에 쓰지이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치면서 러시아에 갔던 시절을 떠올리고 드넓은 평원의 풍경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드넓은 평원을 보았을 리 없다. 하지만 말 그대로 ‘풍경(風景)’ 즉 ‘바람과 햇살’ 아닌가. 볼 수는 없었어도 거기서 마주한 바람의 색깔은 느꼈으리라.
쓰지이는 바로 그 바람의 색깔을 담아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바람의 색깔이 담긴 선율에 매료당했음에 틀림없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결선장인 바스 홀에 모인 2000여 관중은 쓰지이의 연주에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쓰지이는 그 환호하는 관중을 직접 눈으로 볼 순 없었다. 다만 그 홀 전체에 울린 박수와 그것이 일으킨 바람의 색깔을 온몸으로 느꼈으리라. 어쩌면 쓰지이를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게 만든 진짜 힘은 바로 그 바람의 색깔을 볼 수 있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볼 수 없다고 지레 생각하는 것들이 내뿜는 수많은 색깔이 있다. 그래서 바람도 색깔이 있다. 그것은 저마다의 마음의 색깔이기도 하다. 사실 바람이 없는 곳은 없다. 바람이란 우리 삶에 없어선 안 될 공기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호흡, 움직임, 절규, 분노, 절망, 기쁨, 희망, 환희 그 모든 것이 우리 삶의 바람을 만들고 그것들은 분명히 저마다의 색깔을 갖는다.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기에 옮겨 보았다. '마음의 색깔'에 따라서 변하는것이 내 주변의 '바람의 색깔'이라면 과연 내가 일으키는 바람은 무슨 색을 하고 있을까? 도대체 바람의 색깔을 읽고 있는 쓰지이는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나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좋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