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대에다 깃발을 묶어 놓았다. 그리고 반듯하게 세워 놓았다. 잠시 후 바람이 불었다. 마침 그때 바람이 깃대주변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 전에 접어있던 깃발이 바람결을 타고 펄럭인다. 나는 '깃발이 바람때문에' 움직인다고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이 와서는 하는 말이...
깃발은 가만히 있었고, 바람은 그냥 지날갈 뿐이었고, 내가 '깃발이 움직인다'는 생각때문에 그 깃발이 움직인 거란다.
그렇다면 만일에 내게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그 깃발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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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바람이 더욱 세게 지나가니까 소리가 들렸다. 펄럭이는 소리가...그래서 나는 '바람때문에' 깃발에서 소리가 난다 라고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이 와서 하는 말이...
깃발은 가만히 있었고, 바람은 조금 더 세게 지나갔을 뿐이었고, 내가 '소리가 난다'는 생각 때문에 그 깃발이 소리를 낸 것 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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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은 원래 움직이는 것이었구, 소리도 원래 있었던 것이다. 단지 내가 못 보고 못 들은 것 뿐이다.
벗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하얀 꽃잎이 비가 오듯 하늘가득이다. 나는 길을 가면서 꽃비가 내린다고 생각을 했다. 원래 내리고 있는 꽃비인데 나는 처음으로 그 비를 맞은 셈이다.
나는 내 생각에 가두져있다는 말이 맞는다. 그 가두어진 생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을 한다. 그리고는 현명하게 산다고 만족해 한다. 내 생각대로 되고 있으니까...가능한 그 생각이 좁을 수록 언제나 판단은 옳을 확률이 높다. 선택의 폭이 좁으니까.
수 많은 사람이 벗꽃나무아래로, 진달래 꽃나무 근처에 와서 봄의 정취를 즐긴다고 한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꽃이 그래서 피어나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