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해인사 순례(8)-백련암

덕산연담 2009. 4. 3. 11:41

 

봄 바람이 뼈 속을 헤집고 들어온다. 비는 안오는데 느낌이 비가 오는 것 같다. 아침에 햇살이 밝게 나오지 않으니 그런가 보다. 해인사 암자 순례의 프로그램이 우리를 기다린다. 백련암-희랑대-족지암 이렇게 3개의 암자를 돌아보는 것이다.

 

가야산의 호랑이라고 불리던 큰 스님...성철 스님이 계시던 곳으로 우리는 산 길을 걸어갔다. 난생 처음 가는 길...마음이 설렌다. 많은 친구들이 성철 스님을 은사로 모시고 출가를 했기에 행여 거기서 그 친구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인사로 떠나면서 '형~ 난 깨닫기 전엔 안올거다~!'라는 말이 귓가에 생생하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부처님 오신날 법어를 한 다음에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던 산승..수행승...조계종정 ~! 성철 스님~!~!

 

'부처님 법대로만 살겠다'고 봉암 결사로 우리의 불교계를 정화시킨 분이다. 서슬퍼런 5공시절..청화대에서 종교지도자 회의가 있다고 전갈을 받고도 참석을 하지않아서 빈자리로 남겨두어 모두를 놀라게 했고...그 것이 전통이 되어 '총무원장'을 초대하는 관례를 만들었다죠?

                                                       <성철 스님 사리탑-선의공간>

 

오직 수행만을 강조하시고, 10여년을 두문불출-문잠구고 나가지 않음, 장좌와불-눕지않고 앉아 있음-하시면서 후배들을 양성하신 위대한 분....지금은 우리 곁을 떠나 백련암에는 안계시지만 그 분의 가르침은 생생하다.

 

 

 

우리 법우 모두는 큰 스님이 마련한 법당인 '적광전'에서 28배를 올렸다. 단아하게 마련된 법당 장엄물과 정갈한 내부 모든 것에서 스님의 체취가 묻어난다. 이런 인연으로 참배를 하게됨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 켠에 놓인 나무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밖에 내놓은 것으로 보아 소중한 물건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웬지

수행승이 머무는 수행처에 어울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선을 하다가 잠시 쉴때 의자에 걸터앉아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환희를, 멀리서 들리는 농부의 밭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중생의 구제를 꿈 꾸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에 휩쓸려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지만 그 생각이 멈춘자리에서 느끼는 마음의 평화로움이 시간을 멈추고 모든 고통을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구임이 틀림없으리라.

 

아무도 없었다면 선뜩 그 의자를 내려다가 앉아보고 싶었다. 성철스님이 그랬을거라 상상을 하고...

 

내가 생각했던 백련암보다 넉넉해 보였다. 우리들의 얼굴에 미소가 띈다. 사진을 찍자고 모두들 모여서 웃으니 앞니가 하얗다. 햇살이 따사롭다. 포근하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훨씬 편해진다.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소리가 마치 새가 조잘대듯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처럼 들린다.  만일 스님이 계셨다면 수행중이니 나가라도 큰 소리가 났을텐데.... 오히려 그런 꾸중이 그리운건 왜일까?

 

여기로 출가한 우리 친구 스님들의 조속한 깨달음 성취와 큰 스님의 극락왕생을 빌어본다....나무 아미타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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