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수행은 잘 하는가?

덕산연담 2013. 11. 25. 12:34

 

오랫만에 보리스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니...대뜸 물어보신다.

 

"수행은 잘 하고 있나?"

 

나는 머뭇거리며 '네, 요즘 탁닛한 스님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은 공부를 합니다.'라고 감히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지금 그 대답에 대한 내 진실성을 심판하는 중이다. 행여 거짓말이 아니길...그 말에 책임을 져야하는 심각함이 나를 엄습한다.

 

아하~! 스승이란 그런거구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그리고 분위기를 파악하시면 핵심을 물어보시는 구나. 경책이란 그런 것이구나. 송구하면서도 그런 한 말씀이 얼마나 고마운 건지....이젠 알 것 같았다. 머리를 자르고 수행자로 살아간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존경을 할 만하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는다.

 

보리스님은 또 다시 일을 나선다. 밭에 뽑아놓은 무우를 실으러 가신다고 트럭을 몰고 가신다. 무료급식을 위한 먹거리를 여름내 가꾸시더니 이제는 동침이 김치를 담아서 비빔밥의 재료로 쓰실 요량이다. 스님이 가신뒤 우리는 모여서 소리높여서 천수경과 금강경 그리고 사시 공양의식을 거행했다. 이제는 많이 친숙해진 노보살님과 합동으로 우리의 정성을 올렸다. 삼일공원 안의 원각사 석탑은 무슨이유인지 천막으로 둘레를 가렸다. 아마도 더 이쁘게 단장을 하려나보다.

 

다시금 원각사는 노인들과 봉사자들의 웅성거림으로 잔치집이다. 짜장냄새가 절안에 가득하다. 나는 그런 복잡하고 시끄러운 절이 좋고 사랑스럽다. 묵묵히 그런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시는 스님이 참으로 존경스럽고, 또한 그중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자비'가 무엇인지, '깨달음'이 무엇인지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그대로가 자비이고 깨달은 사람들이니 말이다.

 

우리가 간다고 나오니 스님이 몸소 나오셔서 마중을 한다. 약간 헤어짐이 아쉬운듯 스님은 또 이야기 하신다. 얼른 집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도록 이런 저런 이야기를 길거리서 나눈다. 잘가라고 잘 지내라고 그리고 잘 수행하라고...합장을 하고 인사를 드리고 이내 발길을 돌린다. 비가 오려나 하늘이 가라앉았고 중국서온 미세 먼지로 온통 잿빛이다. 우울하면서도 뭔가 뿌듯함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법우님이 나에게 이른다. '이렇게 되는대로 편하게 봉사해요'...'OK 그럽시다. 담달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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