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향에 올거냐?

덕산연담 2013. 11. 20. 11:19

대뜸 시골 친구놈이 묻는다. 너 늙으면 고향에 내려와 살거냐? 라고. 난 단칼로 잘라서 말했다. 아니야. 그럴 생각은 없어라고. 그리고 시간이 나고 한가할 때 마다 그 말을 되새긴다. 정말 그럴 자신있냐?고 스스로 묻고 또 묻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흔들린다. 나의 모든 인생은 DNA라는 세포속의 물질에 기록이 된다. 어려서부터, 잘 몰라도 그 전의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적인 기록을 포함한 아주 방대한 정보가 그 속에 있다. 만일 똑 같은 DNA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확실이 한사람이다. 내가 살아온 50여년의 기록은 DNA 내용의 극히 일부에 속한다. 실제로 내 의지를 반영해서 살아온 30여년의 시간은 너무나 짧아서 그 기록에서 찾아 보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나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생각이나 행동은 고대로 부터 내려온 DNA 속에 담긴 정보에 기인을 한다. 따라서 그 DNA정보가 주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는 것을 원한다. 일명 DNA 는 과거회귀를 늘 명령하는 셈이다. 내 의지에 의해서 결정한 것이 DNA정보에 맞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가령, 착하지 못한 행동을 하면 침울해지고 친절하고 옳바른 행위를 하면 기분이 가벼워진다.

 

나의 의지는 고향에 가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DNA는 나에게 그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정보를 준다. 그런 일이 더 행복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늘 머리속에서 상충을 한다. 더 나이가 먹으면 DNA의 힘은 더 커진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하다는 확신을 주기까지 한다.

 

만일 내가 시골 고향에 사는 것이 편하냐고 물으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런데, 고향에 사는 사람들이 편해 보이냐고 말하면 그렇다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참으로 모순이다.  요즘들어 고향이 자꾸 그리워진다. 나이가 든 징조이고 나의 DNA가 회귀를 원하는가보다. 어쩌면 좋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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