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에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정기적으로 뻐스가 하루에 3번 지나서 올라가고 3번 지나서 내려간다. 그러니까 읍내를 나가려면 20리(약 8킬로)길을 걸어가거나 아니면 그 뻐스 시간에 맞추어서 길거리서 기다리면 된다. 정해진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뻐스를 보고 손을 들면 세워준다.
그러니까 대강 몇시쯤에 지나간다는 정보가 전부이다. 조금 일찍 지나갔다고 불평을 할 수도 없고, 또한 늦는다고 불평을 하지를 못하는거다. 시장에 곡식이라도 내가려면 차장에게 별도로 짐값을 주어야 했다. 멀리 높은 고개를 넘는 뻐스를 보면 서둘러서 냅다 신장로로 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둘러 미리 나온다고 왔건만 겨우 뻐스를 타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그 신장로 까지 거리가 만만치가 않은데다 의외로 뻐스는 잘 달렸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에는 아마도 읍내 터미날에는 시간표가 있으니까 그 시간을 맞추려고 가끔은 전력으로 달린 것 같다. 간당간당...간신히 뻐스에 오르는 나의 모습이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고 여유가 있건만 매일 '간당간당'사는 기분이다. 돈을 벌어도 쓰기에 간당간당이고, 영어를 공부해도 그 실력이 '간당간당'이고, 몸의 건강도 '간당간당'이다. 늘 허겁지겁이고 늘 시간에 쫓기고 마음에 여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 '간당간당'하는 마음이 한편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부족하고 늘 아쉬워야 내가 나태하거나 거만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서다. 아무 생각이 없이 열심히해도 늘 '간당간당'이다. 한편 습관인지도 모른다.
운전면허갱신이 연락이 왔다. 아직도 2개월의 여유가 있다. 시간이 나도 그마지막날을 기다리는 것이 나가 아닐까? 월말에 은행에 가면 사람들이 많다. 전부다 납부기일 마지막 날을 맞추는 것 같다. '간당간당'...그렇게 사람들은 즐기고 사는 것 같다.
너무나 많은 음식은 별로 맛 없어 보이듯, 여유가 있으면 사는 재미가 주나보다. 간당간당하게 간신히 살아가는 것이 짜릿한가? 아니면 무진장 경제적인 이유인가?
아무튼 '간당간당'...내 인생은 잘도 간다....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