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삼성통닭

덕산연담 2009. 11. 30. 14:31

안암로타리에 위치한 삼성통닭집은 전기구이로 유명하다. 어제 밤 학교에서 기숙을 하다시피 하면서 학업에 열중하는 큰놈의 심부름으로 작은 난방기구를 사다주려고 갔다가 잠깐 들렀다.  말로만 듣던 유명한 집이다. 젊은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시원한 생맥주와 함께 공급을 한단다. 더구나 축제가 있을때 마다 주인 아저씨가 인심을 쓴다고 전해들은 바가 있었다.

 

전기구이 통닭이 우리가 학교다닐때 유행을 했다. 전기열선이 벽에 깔리고 거기에 닭을 꼬챙이에 끼워서 빙빙돌리면 기름이 쫘악빠지는 그런 구이인데 늘 유리창 쪽으로 그 구워진 통닭이 보이곤 했다. 동네에서는 튀김과 양념의 후렌차이즈에 밀려서 모두 문을 닫았다. 맛은 좀 떨어져도 담백하고 건강식에는 최고인데...

 

그집은 그자리에서 몇십년을 버티고, 양념과 튀김도 함께해서 젊은 친구들의 입맛에 맞추는 전략으로 살아 남았다. 오랫만에 전기구이 통닭을 시키고 생맥주를 시켜서 마셨다. 대학시절에 참으로 귀하게 먹었던 생각이 났다. 왜 그 당시는 자르지도 않고 그냥 통째로 한마리를 주었는지 모른다. 어제는 잘 잘라서 먹기가 편하게 해서 주니 좋았다. 여전히 그 무우는 알싸한 맛이 남아 있었지만 옛맛이 아니다. 내가 변한거다. 지금도 양배추를 잘라서 그 위에 캣찹을 뿌려서 주는건 아니 변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대학때는 너무 소심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현실에 타협을 일찍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너무나 세속일에 일찍 개입한 것은 아닐까? 먹는 것이랑 입는것 같은 일상적인 일들에 너무나 생각이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높은 이상과 꿈을 꾸었다면 지금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어려운 가정과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서 이나마 숨쉬고 사는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지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앞에서 웃음을 짓고 있는 아들놈은 더 큰 꿈으로 멋지게 나가주길 바래본다. 지금 못하면 영원히 못하는일이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다문다. 이미 아들놈은 잘 하고 있기에...그놈의 핏기없는 얼굴이 마음에 닿는다. 오늘 밤도 새야만 한다니...허허 고맙고 고맙다. 좋은 저녁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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