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현성스님

덕산연담 2009. 10. 26. 11:36

군에 입대한 아들이 훈련소에서 수계를 받는다는 말에 나도 참석을 해서 축하해주고 싶었다. 마침 그전부터 잘 아는 법사스님이 계시는 곳이기에 오랫만에 만날겸 좋은 기회였다.

 

요즘 애들은 부족함이 없는 만큼 종교도 필요가 없어졌다. 욕심많은 사람이, 어려운 사람이 종교라는 틀에 매달려서 욕심을 버려주십사하고 빌고, 어려운 일을 잘 해결해 달라고 빈다. 태평성세이고 근심걱정이 없으면 사실상 종교는 필요가 없는일이 아닌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종교도 고른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무엇을 믿든 그 것은 본인의 의사이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고 좋은 제도이다. 자기가 좋아서 믿는 것은 얼마든지 행복한 일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일은 참으로 힘들고 큰 고통스런 일이다.

 

동양에서는 지금과 같은 종교는 없었다. 서양식 종교는 없었다는 말이다. 으뜸이 되는 가르침을 종교라 했다. 노자나 공자나...사람으로 사는데 자연의 법칙과 잘 어울리면 그 것을 배우고 따랐다. 단지 예를 숭상한다는 표현이 전부이었다. 심지어 불교도 생각을 걷어낸다며 어떤 신을 숭배하고 복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유일하다고 말하기 이전에 이 가르침이 훌륭한 가르침중에 하나라고 나열을 했다.

 

훌륭한 가르침이 강요하거나 자랑한다면 이미 그 가르침은 천한 가르침이 된다. 아니면 아직 그 가르침의 근본을 알지 못하는자가 선생이거나...

 

그래도 아들이 생각을 내어서 수계법회에 와서 '현성'스님에게서 '대신-大信'이라는 법명과 단주와 108염주를 받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깨끗한 삶을 살아오신 스님이기에 더욱 존경이 간다. '청담'스님의 제자로 지금도 서울 삼각산 도선사에 계시면서 자비를 베풀고 계신다. 더구나 군 훈련병들에게 보시금을 몇백만을 내셔서 수계자 전원에게 먹을 빵과 음료를 나누어 주셨다.

 

수계법문 중에 기억나는 내용을 적어본다.

 

금강산 '마하연'이라는 절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스님이 여름에 낫을 가지고 풀을 베다가 우연히, 절대 고의가 아니고, 자그마한 뱀의 목을 베는 사건이 있었단다. 풀을 베려니 마구 낫을 휘둘렀고 거기에 있던 뱀이 목을 잘린셈이다. 그런데 그 뱀에서 파란 연기같은 영혼이 나와서는 어디론가 가더란다. 그래서 따라가니 애가 없어 애를 태우는 속가의 여동생 내외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단다.

 

그래서 부탁하기를 10달 뒤에 분명히 아들을 낳을테니 묻지말고 자기에게 달라고 언질을 하고 돌아왔단다. 그후 세월이 흘러서 찾아가니 귀한 아들을 못준다고 애걸을 한다. 당연한 일이다. 15살이 되면 돌려준다고 약속을 하고 그 아이를 스님이 혼자서 죽을 고생으로 키운다. 그러다가 15살이 된 어느날...그 아이가 스님에게 돈을 달래서 시골 장에 가서 도끼를 사다가 감춘다. 그리고 스님이 잠든 한밤중에 도끼를 갈아서 날을 세우고 들고 와서 잠자는 스님의 목을 향해 이불을 내려 찍는다.

 

그리고는 두 다리를 뻤고 운다. 스님 미안하다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인과를 알기에 스님은 미리 싸리 빗자루를 이불에 넣고 잠은 항상 벽장에서 잤단다. 언젠가는 자기가 그 응보를 받아야 하기에...

 

우는 제자를 벽장에서 내려와서 달랜다. 나는 여기 살아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 울면서 제자가 말을 한다. "자기도 모르겠단다. 왜 내가 도끼로 스승을 죽이려하는지...그리고 스승이 잘해주면 잘해 줄수록 더 밉고 15년간 줄곧 스승을 죽이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고 고백을 한다.

 

'살생을 하지말라'는 제1계명을 설하시면서 해주신 법문이다. 우연히 저지른 살생도 그 응보가 이러하거늘 계획된 살생은 어찌 하겠는가?

 

아들덕분에 큰 가르침을 받았다. 참으로 좋은일이다. 오늘 받은 계명을 잘 지켜서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란다...나의 바램이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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