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토론

덕산연담 2009. 5. 15. 09:41

오랫만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고 소주를 한잔 했다. 이름하여 소주모임 번개이다. 매운 낙지볶음에, 조개탕..그리고 콩나물이 우리의 안주였고, 취양에 따라 소주 맥주 사이다 골라서 또는 섞어서 마음껏 마셨다.

 

모두가 50을 넘긴 나이에 삶의 무게가 보인다. 아직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 일이 쉽지 않다고 푸념이다. 새로 직장을 얻은 친구는 얼굴이 훤해졌고, 사업을 확장한 친구는 근심이 얼굴에 보인다. 자꾸만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데 지금은 사업이 힘든 상황임을 대변하는듯 하다.

 

나이가 60이 넘은 큰 형님벌 되시는 분은 이제 아들에게 사업을 맡기고 춤도 배우고 건강을 한층 챙기면서 여유를 즐긴다고 자랑이시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않될줄 알았는데 막상 내어주고 나니 더 열심히 잘들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하면서 웃는다.

 

와이프 덕에 지내는 친구는 늘 조용하다. 역활이 바뀌어서 내조가 생활신조가 되었단다. 애들 챙기고 가게 청소하고 그렇게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사람은 그 나름대로 그 위치에서 적응을 하게 마련인가 보다. 불 같은 성격도 어느새 여인의 순한 모습이 되다니...

 

잠시 집에서 쉬다가 다시 직장을 얻은 친구는 '낮에 집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까 말까'를 고민하는 심정을 토로했다. 와이프가 자랑하던 잘 나가던 남편이 집에 있는 것을 숨기고 자존심을 지키는데...덜컹 자기가 받으면 실직을 알리는 꼴이라 와이프에게 미안해서 그랬단다.  참으로 쉽고도 어렵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서 이어진 커피타임에는 인생 이야기에다 사업 이야기에다 나이 먹은 남자들의 수다는 계속되었다. 특히 나이가 많을 수록 남의 이야기를 듣기를 싫어한다. 마음에 안맞으면 반드시 반론을 제기하고 설득을 시도한다. 가만히 옆에서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면 웃음이 나고 한심하다. 술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고집이 세어진다.

 

친한 사람이니까 그러러니 하면서 나는 듣고있다. 재밌게 즐기는 방법을 모른다. 늘 경쟁에 익숙해서 일단 이겨야 마음이 편해진다. 내 말에 수긍을 해주는 사람이 좋아진다. 토론은 사랑을 품고하면 기쁨이 된다. 니말도 맞고 내말도 맞고...그러나 조용히 차분히 이야기하면서 눈을 본다. 결국에는 말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름다운 토론의 마무리 아닐까?

 

그토록 오래 이야기 했지만 지금 나는 무엇이 기억나나? 다들 열심히 사는 구나 그리고 힘들어 하는 구나 하는 느낌만이 남는다.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또 열내서 이야기를 하리라. 그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썰썰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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