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징어 볶음

덕산연담 2009. 3. 11. 09:57

가난한 대학시절에 여름 감기로 고생을 하던날, 아마도 그때는 영양이 부족해서 감기도 쉽게 낫지를 않았나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가 알마해서 벌은 돈이 있다며 나를 데려간 곳이 영등포의 정말 허름한 '여로'라는 오징어 볶음만을 파는 음식점이었다.

 

바닥은 그냥 시멘트를 대충 발라서 울퉁 불퉁하고 테이블은 1층에 4개 정도에다 2층이라는 다락방은 서지도 못하는 그냥 앉아서 먹기만 하는 그런 정말이지 형편이 없는 곳이었다.  다락방의 바닦은 장판을 깔았는데 너무나 오래되어 군데 군데 떨어져 나가고, 여름인데 선풍기가 2대가 있는 정도로 기억된다. 그 당시(1977년경)는 에어콘은 부자집에만 있는 거였고 일반 음식점에서는 거의 없었다.

 

아무튼 2층 다락방에 기어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친구가 시킨 것은 그집의 유일한 메뉴인 '오징어 볶음'이다. 내 생각에는 낙지나 문어는 모두가 일본으로 수출을 하고 그나마 오징어는 흔하니까 수출하고 남은 것을 먹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름에 걸린 감기는 감기가 낫을 듯하면서 안났고 다 나았나 싶으면 다시 증상이 나타나서 춥고 조금 열이 나면서 식욕을 감퇴시킨다. 참으로 골골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아주 못된 병이 여름감기라 생각한다. 음식이라면 별로 생각이 없어진다.

 

그런데, 그집의 '오징어 볶음'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배운것이 그나마 오징어라는 단백질이 있어서인지 입맛이 땡겼다. 소주 한병을 둘이 나누어 마시고 밥 한공기에 한 접시의 볶음을 다 해 치우고 흘린 땀이 아마 한 컵은 족히 되리라. 여름에 다락방..매운 음식에, 소주의 열량을 생각하면 추측이 되리라.

 

그래서 여름 감기가 낫았다.

 

그후 나는 음식맛을 잃거나 기분이 우울하거나 아니면 아주 좋은 친구를 만나면 그집을 간다. 그 지저분한, 그 비좁은 다락방을 너그럽게 봐줄만한 사람이라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간다. 거기서 같이 흔린 땀 방울이 좋은 추억이 되고 거기서 나눈 대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처음에 내가 모시고간 친구는 나중에 꼭 그 친구입에서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더 흐뭇하다.

 

나보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예술적인 감각을 갖춘 사진 작가님을 모시고 어제는 거기를 갔었다. 맵다고 하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오랫만에 매운 맛으로 내 입맛을 튜닝했다.

 

그런데...불안하다. 더 나이가 들면 이런 매운 맛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모두가 젊은 사람들이고...같이 오신듯한 할머니는 그 매운 것을 무슨 맛이 먹으슈? 라는 질문에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맞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매운 맛에 소주를 먹으면서 행복해 할까?

 

그래도 어제는 먹을 만 했다. 다음에 갈때도 그맛이 유지되길 희망해본다. ..그리고 처음으로 애쓰고 써빙하는 할머니께 조금의 팁을 주어 보았다. 내가 꼭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이었다. 다음에 가도 그 할머니가 있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 할머니는 내가 부르는 신호를 1초내에 알아 듣기 때문이다....꿍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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