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순례후기

현등사

덕산연담 2012. 4. 23. 17:34

 

보통 봄비는 바람을 동반하지 않고 소리도 없이 보슬비로 내리는데 이번 봄비는 조금 심한 듯하게 오셨다. 우산을 쓰고도 옷이 젖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 참을 올라간 현등사는 조용했다. 윤달로 3월 초하루라서 인근에 계신 신도님들이 법회를 스님 주도하에 하고 계셨다. 늘 그러하듯, 스님은 마이크에 대고 '화엄성중'을 연속해서 부르셨고 그에 대한 응답이라도 되는듯이 신도님들은 중얼거림으로 그 음률을 맞추었다.

 

주인이 아닌 객으로 비를 피해서 마루에 걸터 앉아서 그 염불 소리를 듣는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처마끝 낙수가 되어 물을 튀기면서  마지막 소리를 낸다. 갑짜기 한기가 몰려온다. 따뜻한 난로가 그립고 아랫목이 생각난다. 한참을 지나 극락전에 들어서니 스님의 법문이 이어진다. '절에서 불공을 드리듯,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해서 해야 된다'고 하시면서 늘 노력하고 매사에 열심히 하는 불자가 되라고 하신다.

 

점심 공양을 하고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불여사의 여름순레를 상의 드렸다. 너무나도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기신다. 시설은 열악하지만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수련이란 마음을 닦음에 인내하고 견디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힘을 주신다. 현등사의 유서 깊은 내용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이만한 스토리 텔링이 가능한 절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하신다.

 

'부처님의 사리가 증과하고 감과한다'는 이야기를 실감나게 경험을 통하여 이야기 해 주시니 정말이지 신심이 절로 난다. 수많은 이야기가 옛날 것이되어 현실감이 없는 지금에, 우리는 그런 살아있는 이야기가 절실하다. 과학적인 잣대로 무조건 들이대어서 의심하고...불가사의한 종교적 체험이 우리에게 절실하지 않을까요?

 

대형화되고 현대화된 큰 사찰보다 작지만 알찬 그런 사찰에서 여름밤을 오롯하게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스님과 상의해서 알찬 기도와 알찬 정진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자 한다.  최근 증과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옆에두고, 허리를 세워서 호흡을 세고 그리고 그자리에 등을 대고 잠을 자는 체험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 모두의 소원이 하나가 되는 날...모든 근심은 사라지고 아주크나큰  평화스러움과 감동이 밀려 오리라.

 

여기, 현등사에서 우리는 여름 수련대회를 가지고자 한다. 아주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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