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Guardian)를 세우는 일은 참 으로 어려운 일이다. 문지기는 크면 클수록, 인상이 험하면 험할수록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큰 절에 가면, 부처님의 크기에 비례해서 문지기의 등치가 커진다. 또한 부자 절일수록 험한 얼굴을 지닌다. 그만큼 지킬 것이 많고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가난한 시절-정말이지 엄마가 살을 베어 애기를 먹였다는 임진란이 끝나가는 시절에 지은 청룡사는 문지기는 엄두도 못 내고 대웅전의 추녀끝에 그림으로 대신했다. 칼을 든 력사를 사방에 그려 넣고 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칠장사는 그 후 조금 살림이 넉넉해진 정조시절이라 문지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흙으로 만들었단다. 흙으로 만든 문지기를 상상해 보았는가~!
최소한 나무로 만들어도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데...흙이라. 그래서 그런지 하나도 안무서워 보인다. 나무보다는 그 표현이 쉬워서 일까? 수염이 매우 코믹하면서도 이쁘다. 마치 아랍사람 같다. 눈의 부라림도 온화하듯하다. 나무 보다는 만들기가 쉬웠으리라. 그대신 훨씬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 얼굴 피부도 화장을 한듯 곱다.
사천왕문을 지나면서 나는 늘 고민을 한다. 진짜 이런 무서운 왕이 있는가? 그리고 이 사천왕이 절을 잘 지킬수가 있는 거야? 그러면서도 총을 들고 서있는 군인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 생각을 한다. 생기기는 무서워도 부처님을 생각하고 그 자비로움에 기대어 임무를 수행하는 왕이 아닌가~! 이 조각을 만드는 장인은 두가지를 모두 얼굴에 넣으려고 애를 썼으리라. 무서우면서도 자비로움이 있도록...
돌아보면,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화내는 모습과 자비로운 모습이 함께 우리의 얼굴에 있기에 말이다. 우리는 그 사천왕의 서원에 기대어 오늘을 편하게 산다. 늘 나에게는 친절한 사천왕이길 바라면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