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천둥을 치고 비를 내리더니 일요일 아침을 아주 상쾌하게 만들어 주셨다. 일찍 일어나서 책을 보자니 밖의 풍광이 너무나 궁금해서 새벽에 산길을 나섣다. 아침에 재잘거리는 새 소리가 그립고, 나무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듣고 싶어서 아무 것도 눈에 들어 오지를 않는다. 아직 길은 젖어있고 물길이 흐른 자국이 선명하다.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고 좋다. 집에서 나와 겨우 5분이면 이런 깊은 산속이라니...믿어지지기 않는다.
불광사주변을 들어서니 목탁소리가 들린다. 목탁~!! 물고기를 형상화한 나무로 만든 통인데...그 소리를 듣고 게으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다고 한다. 어떤 고승이 돌아가신 후, 정말 고승이었다면 다시는 윤회하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는데, 실제는 고승 흉내만 내고 게으른 스님이어서 물고기로 다시 태어났단다. 그런데 그 물고기는 등어리에 나무가 나서 자라니 그 고통이 말할수가 없었다고. 그 나무로 그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때리면서 방일(게으름)하지 말라는 그 고승의 가르침을 새긴다고 한다. 목탁 소리를 들으면서 목탁의 전설을 생각하니 몸에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데 의미없이 보낼수가 있을까~!! 그런 수행을 하는 스님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도 참 마음이 든든하다.
한걸음씩 앞으로 나간다. 그간 나무가 많이 잎을 내밀었다. 제법 나무의 위의를 가추어 나간다. 참으로 나무잎들의 경쟁이 이쁘다. 해를 향해서 펼쳐지는 군무는 어름다운 생명의 합창이다. 지난주에 활짝 피었던 벗꽃나무는 이제 잎을 내밀며 열매를 준비한다. 가을엔 검은색의 벚찌가 사이사이에 매달려 있으리라. 내가 나갈때 마다 시간이 나면 사진으로 변화를 기록해 보고 싶다.
산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겹친다. 그래서 온몸의 근육을 모두 이용해야한다. 얼마간을 걸으면 몸의 근육이 풀어짐을 느끼고 편안하다. 가벼운 몸이 되면 마음도 편하다. 춤을 추듯 약간의 리듬을 넣어서 가고 오면 등에서 땀이 느껴진다. 부담없이 즐기는 이런 산책이 난 참으로 좋다.
새들이 들여주는 자연의 소리는 날 웃게 한다. 내가 귀에 들리는 '씨펄씨펄'이라는 새 소리에 잠시 서서 그 새를 찾아 보았다. 작은 새가 쇠소리를 낸다. 단단해 보인다. 새가 살아있는 공룡이라고 한다. 육지에 사는 욕심많은 공룡은 모두 사라졌는데, 가벼운 몸 만들려고 모든 것을 버린 날으는 공룡은 이렇게 작아졌지만 새로 살아 남았다고한다. 인간보다도 그 족보가 훨씬 오래된 동물이다. 그 새소리에 반해서 행복함을 맛보았다.
한참을 지나니...배가 고픔을 느낀다. 무엇이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배고픔을 느끼는 그 사실이 고맙고 짜릿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통도 기쁨이 될수있다는 말이 이런 뜻일까?...늘 본능으로 피하는 것이 고통인데 사실 고통도 즐거움?...잘 모르겠다...그저 새소리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