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같은 날 제사

덕산연담 2010. 6. 22. 17:42

시골 친구의 아버님 부음을 연락을 받았다. 시골서 어려서 아버님이랑 친구이면서 촌수는 아주 높은 분인데...워낙 건강하시고 강골이셔서 늘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분이다. 초등학교 동창생의 아버님이기도 하고 사실은 먼 친척이 된다.

 

그런데 아버님이랑 음력으로 제삿날이 같다. 우연이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어려울때 서로 의지를 하면서 어려운 시골 살림을 꾸려가셨는데...일본 징용으로 끌려가서 홀홀단신으로 살아온 의지의 남아 이셨다. 일명 '요시꼬'네 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시골의 장례도 싱겁다. 우선 병원에서 4년여를 고생하셨다고하니 그 아들과 친족들의 노고가 눈에 선하다. 아마도 그간의 정이란 정은 모두다 떼어 놓고 가셨나보다.  이미 납골당을 만들어서 준비가 된 상태이니...화장을 해서 시골로 가니 어른들이 혀를 찬다.

 

...죽어서 또 그 뜨거운 곳에서 재로 변한 사실을 못마땅해 하신다. 남의 일이니 어쩔수는 없지만 나는 싫어...난 그냥 묻어주어라고 당부를 한다.

 

오랫만에 찾은 시골은 모두가 변했다. 내가 이제 중년이니 그 어른들은 상노인이다. 아는 분도 별로 없고, 알아보니 그냥 인사나 나누는 것 이외는 할일이 없다. 이제는 남이 되어버린 그런 곳이 내 고향이다.

 

부모님이 그냥 시골을 지키고 조금만 멀리서 계셨어도 그렇게 일찍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서울 살림이 얼마나 각박하고 빠듯한데 갑갑한 생활에 눌려서 조금은 일찍이다 싶을때 서둘러서 저 세상으로 가셨다.

 

돌려서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조금 일찍이 조금은 더 깨끗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시골서 버려지다시피 남겨진 노인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팔순을 넘긴 육촌 형님과 형수를 보니 측은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 하신다. 그전에는 장수가 복이었단다. 이제는 고통이 너무 커질까 그것이 더 무섭다고...

 

나도 이제는 시골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하나? 왠지 시골의 한가함이 마음에 다가온다. 나이가 먹은 탓으로 일단  마음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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